17일 오전 차를 몰고 도착한 경기도 일산 이마트타운. 오픈 하루를 앞두고 막바지 점포 정비를 위해 모인 사람들로 주차장 입구는 혼잡했다. 지하 3층에 차를 댄 뒤 무빙워크를 타고 트레이더스와 일렉트로마트가 있는 지하 1층 매장으로 향했다.
상품진열은 끝났지만 매장 내 게시물을 손보고, 최종점검을 위해 바쁜 걸음으로 이곳저곳 둘러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마트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주로 노란색 티셔츠를 입지만 이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하얀색 티셔츠를 착용했다. 등에는 '일렉트로마트', '피코크키친', '더라이프' 등의 문구가 새겨져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명동이나 강남 로드숍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직원 유니폼을 제작한 것으로 보였다.
▲ 이마트타운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 킨텍스 제2전시장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
◇ 10m 높이 시원한 천장, 벽면엔 영웅 캐릭터
이마트타운은 연면적(건물 각층의 바닥면적) 10만㎡(3만평)의 대형 점포지만, 2시간 가량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여느 대형마트가 식품과 의류, 가전을 층별로 나눠 쇼핑의 지루함을 달래는 게 고작이라면, 이마트타운은 층별 구분은 물론 같은 층에서도 이동하는 곳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공간을 짰다.
대표적인 곳이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와 전자제품 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가 나란히 붙어 있는 지하 1층이다. 약 10m 높이의 천장이 보기에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가운데 한쪽에는 트레이더스 상품이 잔뜩 쌓여있고, 다른 한쪽엔 '일렉트로맨(이마트가 제작한 영웅 캐릭터)'이 그려진 그림이 곳곳에 붙어있다.
▲ 이마트타운 지하 1층에는 트레이더스 매장과 일렉트로마트가 들어서있다. 사진은 일렉트로마트 전경. |
◇ 입구에 자리잡은 2000만원대 모터보트
가장 먼저 들른 트레이더스에선 모터보트와 카약이 눈에 들어왔다. 일산은 호수공원, 김포아라 선착장, 상암동 선착장 등 주변에 수상 스포츠를 즐기기에 좋은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이 점에 착안해 매장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2000만원대 모터보트를 입구에 전시해 놓았다.
트레이더스 한 직원에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얘길 건네자 "36개월 무이자 할부가 가능하고, 가격 자체도 대리점에서 직접 구입할 때에 비해 20% 저렴하게 책정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매장의 동선은 '코스트코'와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코스트코를 대표하는 색깔이 빨간색이라면 트레이더스는 녹색으로 매장을 꾸민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하지만 트레이더스측의 설명은 달랐다. 노재악 트레이더스 담당 상무는 "상품 경쟁력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 트레이더스 입구에서 소형 요트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일산이 수상스포츠에 적합한 입지조건을 지닌 점을 감안해 배치했다고 한다. |
◇ "트레이더스 딜, 100% 자신합니다"
트레이더스는 총 4000여개의 품목 중 100여개만 따로 뽑아 '트레이더스 딜'이라는 상표를 달고 판매한다. 품질과 가격 모두 경쟁사를 누를 만큼 자신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 상무는 "트레이더스 딜 상품은 구입시 100% 만족하는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라며 "철저한 관리를 위해 품목수를 100여개에서 더 늘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두와 아몬드를 예로 들었다. 노 상무는 "코스트코는 생산부터 가공, 포장까지 모든 작업이 미국에서 이뤄지지만, 우리는 원료는 미국에서 들여오더라도 가공과 포장은 국내업체에 맡긴다"면서 "완성된 제품을 단순히 수입 판매할 때에 비해 품질관리는 물론 가격경쟁력이 더 뛰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트레이더스는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표상품을 '트레이더스 딜'이라는 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
◇ 'B급 감성' 향수 자극한 가전매장
이마트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대형마트에선 볼 수 없는 전문매장에 있다. 대표적으로 일렉트로마트(가전), 피코크키친(식음료), 더라이프(생활용품), 몰리스(애완동물)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몰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전문매장은 이번에 이마트가 처음 선보인 매장이다.
특히 일렉트로마트는 TV, 세탁기, 냉장고 위주의 기존 가전매장의 콘셉트를 뒤집은 매장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뚜렷한 차별화를 이뤘다. 기둥과 벽면, 배너에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영웅 캐릭터를 그려넣었다. 어릴 때의 전자제품은 함부로 손대선 안될 값비싼 제품이었다면, 일렉트로마트는 이러한 금기를 깰 것을 요구한다. 매장 안에서 드론을 날려볼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장난감 '스마트토이'를 만나볼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렉트로마트를 "가전제품과 히어로에 환호하던 그때 그 B급 감성으로 돌아가 가전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얘기다.
▲ 일렉트로마트에선 TV, 세탁기, 냉장고 등 전통적인 가전제품보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 같은 제품이 먼저 눈에 띈다. |
◇ 이케아와 식탁 높이가 다른 이유
일렉트로마트가 아빠와 아이를 위한 공간이라면 피코크키친과 더라이프는 20~30대 여성과 주부들을 위한 공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더라이프는 이마트가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를 염두에 두고 만든 생활용품 전문매장이다. 서구인에 맞춘 이케아와 달리 국내 주거환경과 생활습관에 적합한 제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예를 들어 더라이프에서 판매하는 수납함은 2000여개 품목에 달한다. 주거공간이 좁은 한국적 특성을 고려했다는 게 이마트측의 설명이다.
김기곤 이마트 생활용품 담당 상무는 "식탁 높이만 해도 이케아와 더라이프는 차이가 있다"며 "불과 2~3cm 차이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이케아 제품보다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마트타운 2층에 자리잡고 있는 '더라이프' 매장 입구. 화사한 느낌의 꽃들이 편안함을 안겨준다. |
◇ 성적표 기다리는 이마트
이번에 문을 여는 이마트타운은 이마트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이 트레이더스가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처음이고, 가전·식음료·생활용품 전문매장을 동시에 오픈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20여년의 역량을 총집약한 점포"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산은 대형마트 13개가 경쟁하는 초경합지역이다. 이곳에서 승부수를 띄운 이마트가 다른 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확고한 입지를 다질지, 새로운 시도 자체만으로 만족해야할지는 오는 18일부터 판가름난다. 정 부회장은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의 심정"이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