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하고 있는 게 사실상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겁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
11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선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의원들과 사과라는 표현을 꺼리는 환경부 장관 사이에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윤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진행한 현안보고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낸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장삿속만 챙기는 상혼과 제품 안전관리 법제 미비가 중첩되면서 있어서는 안 될 대규모 인명살상 사고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비극적', '있어선 안될' 등의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사과한다'는 말은 빠졌다. 의원들이 이를 따지자 윤 장관은 "법제 미비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끝내 사과라는 표현을 입에 담지 않았다.
통감은 마음에 사무치게 느낀다는 말이다.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뜻의 사과와는 다르다. 전자가 도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면 후자는 법적 책임까지 인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곧 사과한다는 한마디로 정부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 위치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윤 장관은 "관련 법제에 구멍이 있었다"면서도 사과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회피했다. 한발 더 나아가 "비록 가해자가 분명히 있음에도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한 기업이지 정부가 아니라는 점을 못박은 것이다.
거듭된 사과요구에도 윤 장관이 사과라는 말을 꺼내지 않자 의원들은 이번 일을 세월호 참사에 빗대기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수많은 국민들이 희생되고,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긴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문제를 해결할 골든 타임도 놓치고 사과도 하지 않는 점에서 세월호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피해 인정범위를 폐 이외 장기손상까지 확대하고 ▲피해신청자에 대한 조사판정을 내년말까지 완료하며 ▲현재 판매되는 살생물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문제제품을 퇴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