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
미용·의료 분야에서 사용되는 보톡스 균(菌)의 근원지를 놓고 제약업체간 법적 다툼이 일어날 전망이다.
보톡스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메디톡스는 자사의 균이 경쟁사인 대웅제약으로 밀유출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고, 대웅제약은 자사가 직접 추출한 균이라는 주장이다. 만약 메디톡스 주장이 맞다면 대웅제약은 정당한 대가없이 보톡스 균을 입수해 사업하고 있는 셈이고, 대웅제약 주장이 맞다면 메디톡스는 경쟁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된다.
선전포고는 메디톡스 측에서 날렸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는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메디톡스의 보툴리늄균이 대웅제약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툴리늄균은 미용·의료 등 분야에서 사용되는 독소인 보톡스를 생산하는데 쓰이는 균(菌)으로 전세계적으로 7종이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 중에서도 'A형 보툴리늄균'을 활용해 국내에서 보톡스 제품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메디톡스 측은 자사의 A형 보툴리늄균은 1970년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로부터 운좋게 넘어온 것이이라고 밝혔다. 당시엔 보툴리늄균 운반과 관련한 법조항이 없어 법규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균은 실험실에서만 만들어질 뿐 자연환경에서 추출할 수 없기에, 자사와 같은 균을 쓰고 있는 대웅제약이 어디서 이 균을 얻었는지 궁금증이 생긴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즉 메디톡스는 수익의 원천으로 회사가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는 'A형 보툴리늄균'이 대웅제약으로 몰래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메디톡스는 회사가 보유한 'A형 보툴리늄균'의 전체 376만개 염기서열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염기서열은 이를테면 주민등록증이나 다름없어 두 개 균의 전체 염기서열을 비교해봤을 때 완전히 같을 경우, 같은 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정 대표는 "물론 균이 유출된 정황이 있으면 당연히 신고를 했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없었다"며 "다만 균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규명하고자 우리가 먼저 가지고 있는 균의 전체 염기서열 376만개 전체를 공개하게됐다"고 말했다.
반면 대웅제약은 경쟁사의 의혹제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자사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보툴리늄균은 회사가 보유한 경기도 용인 포곡면의 마구간의 흙에서 추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균주의 출처와 관련돼 자료도 제출하고 실사를 완료해, 정부 허가를 받은 상황"이라며 "메디톡스가 근거없는 사실을 토대로 계속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자사 보톡스 제품 '나보타'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발매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메디톡스가 경쟁사의 선진국 시장진출을 방해하기 위해 이같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다만 나보타 균주의 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할지 여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제품 승인을 받은 뒤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