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보톡스 의약품인 '나보타'의 미국과 유럽시장 진출이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나보타가 의약품 규제 선진국인 캐나다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현재 막바지 단계인 미국과 유럽연합의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미국에 이어 유럽시장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국내에서 가장 먼저 보톡스 제품을 개발한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쳐 나보타를 개발했다'면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마지막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나보타 미국·유럽시장 진출 청신호
대웅제약은 20일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나보타'가 지난 16일 캐나다 연방보건부(Health Canada)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나보타는 국산 보툴리눔톡신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캐나다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내년 상반기 중 파트너사를 통해 캐나다 현지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나보타가 캐나다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캐나다 시장의 10배가 넘는 미국과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캐나다는 주요 선진 7개국(G7) 회원국이자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스위스에 이어 5번째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에 가입한 의약품 규제 관련 선진국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나보타의 미국 시판허가를 위한 보완자료를 지난 2일 미국 식품의약처(FDA)에 제출하면서 심사가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면서 "유럽의약품청(EMA)의 심사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 시장 모두 이르면 내년 1분기 시판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캐나다에서 예상보다 빨리 나보타 판매 승인을 받았는데 국내 톡신 플레이어 중 선진국 첫 승인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은 늦어도 내년 1월, 유럽에선 내년 상반기에 허가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대웅제약이 지난 5월 미국 FDA가 요구한 CRL(최종보완요구공문) 보완자료를 최근 제출한 만큼 최종 승인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면서 "EMA의 제품 승인 또한 내년 1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메디톡스와 소송전이 마지막 변수
다만 메디톡스와의 소송전이 마지막 변수가 될 전망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0월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쳐 나보타를 개발했다'면서 대웅제약과 지주사인 대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의 내용은 ▲보툴리눔 관련 기술정보 사용 및 제3자 제공 금지 ▲관련 기술정보 폐기·삭제 ▲나보타 제조에 사용된 균주 인도 ▲나보타 제조·판매 금지 ▲나보타 완제품 및 반제품 폐기 등이다. 메디톡스는 앞서 대웅과 대웅제약을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06년 국내 첫 보톡스 제품인 '메디톡신'을 발매했으며, 대웅제약은 8년 뒤인 2014년 나보타를 발매했다. 메디톡스는 이 과정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훔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웅제약은 전직 연구원 등이 2010년 6월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서 이 균주를 발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에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담당 재판부는 한국에서 먼저 사건 심리를 받으라고 명령함에 따라 국내 소송 결과가 미국 판매 허가 과정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