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 연구소장들이 뜨고 있다. 장수브랜드에 의존한 채 신제품 개발을 게을리했던 국내 식품회사들이 연구개발(R&D)에 눈을 돌리면서다. R&D를 강화하면서 연말연시 임원인사에서 연구소장 이름도 빠지지 않고 있다.
오리온은 이달 2일 임원인사를 통해 15명이 승진했는데, 이 중 3명(20%)이 연구소에서 배출됐다. 우선 이승준 연구소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지 일 년 만에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2009~2015년 중국법인 연구소장 시절 현지인 입맛에 맞춰 개발한 '오!감자'가 2000억원 브랜드로 컸고, 국내로 돌아와 개발한 '초코파이 바나나' 등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 중국 등 해외 연구소도 총괄하게 된다.
이번 인사에서 연구소 내 미래상품개발팀의 문영복 팀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신설된 미래상품개발팀은 오리온이 제과회사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농협과 손잡고 가편대용식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아울러 연구소 내에 있던 식품안전센터를 독립시키고, 노회진 품질안전센터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CJ제일제당은 작년 9월 임원에서 식품연구소장 문병석 상무가 부사장 대우로, 강기문 글로벌 R&D센터장이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작년 매출 1000억원이 돌파한 ‘비비고 왕교자’ 등이 식품연구소에서 나왔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회사 중 유일하게 한해 연구개발비로 1000억원을 쓰고 있다. 올 3분기 연구개발비도 112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35%(290억원) 증가했다. CJ제일제당 대표도 연구소장 출신인 김철하 부회장이 맡고 있다.
대상은 지난달 임원인사를 통해 최정호 식품BU(Business Unit) 연구기술본부장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최 전무는 식품연구실장에 이어 계열사(대상F&f) 대표 등을 맡아오다 다시 연구소로 복귀했다. 대상은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을 식품과 소재 BU로 개편하면서 기존 중앙연구소도 둘로 나눴다. 소재 BU 연구기술본부장은 이동준 상무가 맡았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연구소장이 식품연구 뿐 아니라 각 공장 내의 연구·기획도 모두 총괄하면서 영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도 지난달 임원인사에서 심재헌 중앙연구소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중앙연구소는 지난해 콜드브루를 개발하며, 회사 제품군을 유산균에서 커피로 넓히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정식품의 박점선 중앙연구소장도 상무로 승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식품회사들의 R&D가 히트상품을 베끼는 것에 머물렀다"며 "최근 식품업계 실적이 저출산과 소비감소 등으로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영 중심이 마케팅·영업에서 R&D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