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제주 삼다수 판매권 확보경쟁이 광동제약과 LG생활건강(코카콜라음료)의 승리로 결정났다. 5년전에 비해 입찰열기는 떨어졌지만 생수시장 1위제품의 판매권이 어디로 갈 것인지에 관련업계 촉각이 모아졌다.
예상대로 지난 5년간 큰 무리없이 제주 삼다수를 판매해 온 광동제약은 수성(守城)에 성공했다. 5년전 한번 쓴 맛을 봤던 코카콜라음료는 재수 끝에 판권 획득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표정은 엇갈린다. 광동제약의 입맛은 쓰다.
◇ 광동제약, '매출 1조 클럽' 내주나
광동제약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제주 삼다수 힘이 컸다. 작년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 매출은 1838억원이었다. 연결기준으로 전체매출의 18%, 광동제약 개별기준 매출의 28.9%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제주 삼다수 매출이 996억원이었다. 광동제약 개별 매출중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도 삼다수 판매권을 확보해야만 했다. 광동제약은 제주 삼다수 판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판권을 사수할 수 있었다. 외형상으로는 광동제약에게 호재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 제주 삼다수 입찰에는 2012년 입찰때보다 참가 기업수가 줄었다. 제주개발공사가 입찰조건을 바꿨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판권을 이원화했다는 점이다. 제주개발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위탁판매사에 주어지는 영업구역을 소매와 비소매·업소 두 분야로 나눴다. 소매는 슈퍼마켓, 조합마트, 온라인, 편의점 등에만 판매할 수 있다. 비소매·업소용은 식당,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이다. 광동제약은 소매 판권을 획득했다.
이는 광동제약이 제주 삼다수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이전보다 줄었다는걸 의미한다. 판권은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이전과 같은 매출 규모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광동제약이 판권 경쟁에서 승리하고도 습쓸해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제주개발공사가 판권을 이원화함에 따라 수익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제주개발공사의 '노림수'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의 최종 승자는 제주개발공사라고 보고 있다. 제주개발공사는 그동안 제주 삼다수의 단순한 제품군과 판매 루트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국내에서는 절대 강자지만 해외에서는 맥을 못췄다. 수출을 늘리고 판매 루트와 제품군을 다양화해야만 제주개발공사의 숙원 사업인 제주 삼다수의 글로벌화를 이룰 수 있다.
실제로 제주 삼다수 수출 실적은 저조하다. 제주연구원의 ‘제주 물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기반 구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삼다수의 2014년 수출 실적은 17억4000만원이었다. 같은해 광동제약의 제주 삼다수 매출은 1479억원이었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 6월 해외 고급 생수시장 진출을 위해 용기·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한 신제품을 내년초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 제주도개발공사 |
아울러 제주 삼다수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에도 소극적이었다. 기능성 워터, 니어워터, 감귤제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생수에만 집중했다. 최근에서야 감귤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제주개발공사가 이처럼 소극적이었던 것은 새 제품을 안정적으로 유통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개발공사는 이번 입찰로 이런 고민들을 일정부분 덜 수 있게 됐다. 판권을 이원화해 비소매·업소용 채널에 이 부문의 절대강자인 코카콜라를 불러들였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식당 등 업소에 제주 삼다수 유통을 확대하고 감귤제품 등도 함께 선보일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나아가 코카콜라를 지렛대로 해외진출도 모색할 수 있다. 채널 확대와 수익성 두마리토끼를 일단 잡아놓은 셈이다.
◇ 미소짓는 LG생활건강
이번 경쟁에서 또 다른 승자는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제주 삼다수 입찰에서 판권을 따낸 코카콜라음료의 지분 90%를 소유한 대주주다. 지난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은 2011년 인수한 또 다른 자회사인 해태음료(현 해태htb)를 통해 '평창수'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코카콜라음료의 제주 삼다수 판권 획득으로 국내 생수 부문에서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코카콜라음료는 제주 삼다수 판권 도전이 두번째다. 2012년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당시 광동제약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판권이 이원화되면서 기회를 잡았다. 비록 전체 판권이 아닌 비소매·업소용 판권이지만 코카콜라음료가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만큼 성공적인 딜을 했다는 평가다.
제주개발공사는 그동안 제주 삼다수가 마트 등에서는 자주 눈에 띄지만 식당 등 업소에서는 찾기가 어려운 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비소매·업소의 생수시장도 무시 못할 규모인 만큼 이 부문에 대한 강화책을 모색해왔다. 그 고민의 결과가 판권 이원화였고 그 자리에 전국의 음식점에 유통망을 갖춘 코카콜라음료가 선정됐다. 업계에서 제주개발공사와 코카콜라음료의 '윈-윈'이라고 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개발공사가 판권을 이원화한 이유가 식당과 음식점 등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며 "기회를 노리던 코카콜라음료는 이런 제주개발공사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파트너인 셈이다. 또 코카콜라음료가 다양한 음료를 생산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서의 시너지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