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가 리니언시 제도에 따른 '면죄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마스크 입찰에서 대리점들과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이를 직접 신고하면서 모든 처벌을 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담합을 갑의 위치에 있는 유한킴벌리가 사실상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본사 차원은 아니지만 사업부가 담합을 주도하고도 자진 신고한 사실만으로 100% 면책을 받으면서 리니언시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락가락 행보와 함께 리니언시의 비밀 유지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마스크 입찰에서 대리점들과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이를 직접 신고하면서 모든 처벌을 피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담합을 갑의 위치에 있는 유한킴벌리가 사실상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본사 차원은 아니지만 사업부가 담합을 주도하고도 자진 신고한 사실만으로 100% 면책을 받으면서 리니언시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오락가락 행보와 함께 리니언시의 비밀 유지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 유한킴벌리, 자진 신고로 담합 면책
사건의 발단은 2014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한킴벌리는 당시 B2B사업부와 일선 대리점들 간 담합 사실을 인지하고, 사내 법무팀의 검토를 거쳐 그간 범법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신고했다.
사건을 접수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는 진상 파악에 나섰고, 유한킴벌리와 대리점들이 담합을 통해 총 41건, 135억원 규모의 입찰에 참여해 75억원대 계약 26건을 수주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2일 유한킴벌리와 대리점 23곳에 총 6억5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의결하고,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유한킴벌리는 이날 "당시 B2B사업부와 대리점들은 상호 경쟁자로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된다는 점을 미처 알지 못했다"면서 "위법성을 인식한 후 즉시 해당 행위를 금지했으며, 관련 부서 감사와 함께 입찰 전 사내 법무팀 검토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 공정위의 뻘짓...규정 어겨 비판 자초
도덕성에 일부 흠집은 나긴 했지만 유한킴벌리의 빠른 인정과 사과로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유한킴벌리 직원 5명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내린 사실을 뒤늦게 홈페이지에만 슬쩍 게재하면서 '봐주기 논란'이 점화했다.
이후 공정위가 그 이유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유한킴벌리가 리니언시를 통해 처벌을 면제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그러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 사건 최초 자진 신고자는 과징금과 검찰 고발 등의 처벌을 면제해준다. 또 신고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관련 사실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를 어기고 이 사건이 유한킴벌리의 자진 신고로 조사가 시작됐고, 유한킴벌리는 과징금 2억1100만원 부과와 법인 및 직원 5명에 대해 고발 조치를 받긴 했지만 실제 집행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공정위 측은 "담당부서에서 보도자료를 처음 배포할 때 개인 고발까지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가 최종 자료에 추가했다"면서 "리니언시가 적용되는 만큼 실제론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리니언시 제도 논란 확대
◇ 리니언시 제도 논란 확대
담합 사건의 최초 신고자가 유한킴벌리 본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비판이 거세졌다. 유한킴벌리 본사가 대리점들의 갑의 위치에 있는 만큼 담합 역시 주도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혼자만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처벌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리니언시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내부고발 없인 사실상 적발이 어려운 담합행위를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긴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갑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담합을 주도하고도 혼자만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지난 19일 이 사실을 인정하고 대리점의 과징금 대납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위법성을 인식한 직후 공정위에 즉시 신고했지만 자진신고 관련 비밀유지 의무로 직접 언급하진 못했다"면서 "회사는 공정거래 관련 위법성을 인식할 경우 유불리를 떠나 즉시 신고하는 사내 정책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공정위의 조사 과정에서 대리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적극적으로 변론했다"면서 "대리점에 예상치 않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 확인 후 대납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