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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리니언시 ②담합 '먹튀' 장려법?

  • 2018.02.22(목) 17:31

최초 자진신고만으로 100% 면책조항 논란
이익,잘못의 크기보다 행정 편의주의 운영
담합 기업들간 '먹튀' 등 악용 소지도 다분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이번 주제는 최근 유한킴벌리 사례로 논란이 된 '리니언시 제도'입니다. 리니언시는 내부고발 없이도 기업 간 담합을 더 쉽게 잡아낼 수 있지만 공범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리니언시가 무엇이고, 문제점은 없는지 또 그동안 수혜기업은 어딘지 등 궁금증을 꼼꼼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최근 유한킴벌리의 면죄부 논란은 리니언시 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점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의 허술한 행정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리니언시는 기업 간 담합 사건을 자진 신고하면 처벌을 최대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내부고발을 유도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특히 처벌 100% 면제가 가능하다 보니 악용 소지가 크다. 실제로 갑의 위치에 있거나 더 악의적인 기업은 마음만 먹으면 담합을 주도하거나 아니면 담합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고도 정작 처벌은 피할 수 있다.  

◇ 리니언시 100% 면책 두고 논란

리니언시 제도는 공정거래법 제22조에 근거한다. 1980년 12월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엔 관련 규정이 없었는데 7차 개정이 이뤄진 1996년 12월 '신고자에 대한 면책' 조항을 신설하면서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다.

신설 당시 조항은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자진 신고자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해줄 수 있다는 간단한 내용이었다. 2001년 1월 감경 대상이 애초 '자진 신고자'에서 '조사에 협조한 자'까지 확대됐고, 2013년엔 시정조치와 과징금은 물론 검찰 고발까지 면제해주도록 했다.

최근 논란을 낳고 있는 면책 범위는 2004년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요건이 없어 법적으로는 최대 75%의 범위에서 공정위가 재량에 따라 정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2005년 3월 100% 면책 근거가 만들어졌다. 1996년 면책 조항 신설 후 10년간의 진화를 거쳐 완전 면책까지 이른 셈이다. 

◇ 잘못의 크기보다는 행정 편의주의 

사실 리니언시 제도는 행정편의주의에 기초한다. 내부고발자에 당근을 제공해 큰 행정 비용 없이 담합을 더 쉽게 적발하려는 취지다. 실제로 2016년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 사건 45건 중 60%인 27건은 리니언시 덕분이었다.

문제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령에 따르면 ▲공정위가 사건 또는 증거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자진 신고 ▲증거를 갖춘 최초 제보자 ▲조사가 끝날 때까지 100% 협조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100% 면책 대상이다. 과징금은 물론 검찰고발도 당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리니언시가 적용될 때마다 '면죄부'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100% 면책 요건의 적절성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담합 기업이 얻은 부당이득이나 잘못의 크기와 관계 없이 공정위가 사건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도움을 준 정도에 따라 감면 수위가 달라지는 탓이다.

더욱이 공정위는 검찰과 법원의 기능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기관이다. 담합 사건의 조사는 물론 사법부 1심 역할까지 한다. 형사 사건에 빗대면 리니언시는 기소유예와 집행유예 처분을 한 번에 내리는 것과 같다. 리니언시가 과도한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는 주된 이유다.


◇ 갑의 위치거나 더 악의적인 기업만 혜택?

공정위의 행정편의적 리니언시 적용은 담합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특성과 맞물려 악용 사례도 낳고 있다. 가령 전략적으로 입찰 담합에 참여한 후 가장 먼저 신고하면 담합에 따른 이익을 누리면서도 처벌은 받지 않고 동시에 경쟁기업을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

담합 기업이 갑을 관계에 있을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을의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은 담합 요구 자체를 거부하기 어렵고, 담합 후엔 보복 걱정에 자진 신고는 엄두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허술한 행정도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공정거래법상 자진 신고자는 비공개가 원칙인데 조사 과정은 물론 유한킴벌리 사례처럼 공정위의 실수로 정보가 새어나갈 수도 있어서다.

반면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은 담합을 주도하고도 정작 처벌은 받지 않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 관행적인 담합의 경우 사내 법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은 범법 여부나 리니언시 규정 자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런 부작용을 반영해 담합 행위를 근절할 대안적 법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은 을의 위치에 놓인 기업이 공정한 이익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추진한 공동행위는 담합으로 처벌하지 않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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