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홈퍼니싱 부문에서만 229억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3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글로벌 가구 공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첫발을 들인 후 지난해 광명점 한 곳에서만 36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천하의 이케아도 연거푸 물을 먹은 국가가 있다. 바로 일본이다. 처음엔 아예 도망치듯 철수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도 명성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첫 시도는 너무 빨랐고, 그다음엔 너무 늦었다. 이케아가 글로벌 기준을 고집하면서 현지화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이케아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홈퍼니싱 기업들도 일본 사례를 잘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 일본에선 고전
이케아는 현재 세계 49개국에서 40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이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383억유로, 51조원에 달한다. 이케아는 유럽은 물론 홍콩과 싱가포르, 중국, 태국 등 아시아 등 지역을 넘나들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선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케아는 1975년 일본 고베에 아시아 첫 매장을 열었다. 직영점이 아닌 가맹계약 방식으로 매장 확대에 나섰다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철수했다.
이케아는 30년이 넘게 지난 2006년 두 번째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케아 재팬을 설립해 1호점인 후나바시점을 오픈하면서 재도전했다. 이케아 재팬은 현재 9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오는 10월에는 나가쿠테시에 신규 점포를 여는 등 2020년까지 총 14개 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매장은 많지만 성과는 명성에 못 미친다. 실제로 이케아 재팬의 2016년 매출은 역신장했다. 2014년 771억엔에서 2015년 780억엔으로 조금 늘었지만 이듬해엔 다시 767억엔으로 떨어졌다. 일본 내 9개 매장 전체 매출이 우리나라 1개 매장 매출의 두 배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 현지화 실패하면서 토종 니토리에 밀려
그렇다면 이케아가 유독 일본에서만 연거푸 물을 먹은 이유가 뭘까. 글로벌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서 일본 홈·가전 시장을 연구하고 있는 야마구치 히로미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케아의 현지화 실패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에 처음 진출할 당시엔 일본 소비자들이 DIY(Do-It-Yourself)라는 개념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설 땐 니토리와 무인양품 등 일본 토종기업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뒤였는데 이를 따라잡을 만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일본 홈퍼니싱 시장에선 나토리가 14%정도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129억5800만엔, 우리 돈으로 5조원을 웃돌았다. 전년 대비 성장률도 12%에 달했다.
니토리는 일본에 약 4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쿄 도심지에 소규모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이 매장에선 침대와 같은 대형 가구보다 식기류와 쿠션과 같은 소품 위주로 판매한다. 야마구치 선임은 "니토리 가구는 일본 가정집 사이즈에 최적화해 있다"며 "일본 소비자를 잘 이해한 특화 전략으로 일본 홈웨어와 홈퍼니싱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니토리는 특히 이전까진 홈퍼니싱 업체가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던 도심에 매장을 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야마구치 선임은 "니토리는 일찌감치 온라인 채널을 확보하고, 7000엔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옵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케아의 경우 글로벌 기준을 고집한 데다 주력제품 위주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니토리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일본시장에 맞춰 변신을 시도하지 않은 셈이다.
야마구치 선임은 "이케아도 구마모토 지역에 소형 아울렛인 '이케아 터치 포인트'를 오픈하는 등 일본시장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작년에 와서야 온라인 채널을 오픈했지만 여전히 3990엔의 배송료를 부과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경직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