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필립모리스는 이달 중순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판매처에 이런 내용의 광고 문구를 내걸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이코스를 비롯한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유해하다는 식의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한 대응이다. 필립모리스는 지속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필립모리스가 3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아이코스의 유해성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도 이런 움직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필립모리스 인터네셔널(PMI)은 이날 간담회에서 실험용 쥐를 통해 연구한 결과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에 비해 폐암 발생 확률이 현저히 낮게 나왔다고 밝혔다.
필립모리스는 그동안 지속해서 이와 유사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사의 연구 결과를 소개해왔다. 지난해 6월 아이코스를 국내에서 출시한 이후 벌써 네 번째다. 필립모리스 측은 "아이코스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 담배를 계속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김병철 필립모리스 전무와 마누엘 피취 필립모리스 인터네셔널(PMI) 과학연구 최고책임자, 데이비드 카얏 프랑스 피에르 에 마리 퀴리 대학 종약학 교수가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와 일반담배 연기의 폐암 발생 영향 비교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qwe123@) |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우리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필립모리스와의 공방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지난 6월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타르의 양이 일반 담배보다 오히려 더 많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필립모리스는 타르의 양만 부각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타르란 담배에서 배출되는 연기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물질의 복합체를 지칭한다. 필립모리스 측은 타르의 수치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고 그 안에 어떤 유해 물질이 있는지 비교하는 게 정확하다는 입장이다.
필립모리스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재차 식약처의 분석 결과를 비판하며 유해성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김병철 필립모리스 전무는 "식약처의 발표 이후 소비자들은 편파 정보로 혼란스러워했고 일반 궐련 담배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정부와 당국은 과학에 기초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 필립모리스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한 담배 한 개피를 거른 필터의 색 차이(왼쪽 일반담배, 오른쪽 아이코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필립모리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 제조 업체들과 정부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연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의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유해하다는 식의 마케팅이 금연 정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실태 및 금연시도에 미치는 영향분석'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해롭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금연을 시도하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반면 필립모리스 측은 금연이 최선이긴 하지만 금연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체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필립모리스가 이날 간담회에 종약학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카얏 박사를 발표자로 내세운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본인을 '지독한 금연 운동가'라고 소개한 카얏 박사는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담배 한 갑의 가격을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켜 180만 명의 프랑스인들이 금연을 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보니 금연한 사람들이 다시 흡연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고 공중보건에 피해를 적게 주는 대체품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립모리스 측은 또 궐련형 전자담배가 금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정부의 지적에도 정면 반박했다. 김병철 전무는 "아이코스를 출시한 뒤 지난 1년간 국내 담배 판매량은 총 35억1000만 갑인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1억 1000만 갑 감소한 것"이라며 "(정부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