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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넘나했더니 우한폐렴…면세점·호텔 '노심초사'

  • 2020.01.29(수) 08:13

사스·메르스에 이어 실적에 직격탄 우려
마스크 착용과 발열체크 등 대응책 분주
"중국 고객들 와도 문제, 안와도 문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으로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했던 면세점과 호텔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면세점과 호텔은 유커의 방문이 집중되는 시설로, 유동인구가 많아 만약 방문객 중 보균자가 있을 경우 연쇄 감염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업계는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로 큰 손해를 입은 바 있다. 사스는 방역에 성공했지만 관광객 감소로 매출 감소를 겪었으며, 메르스는 방역마저 실패하면서 사실상 '초토화' 수준의 실적 악화를 겪었다.

국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이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고객 중 중국인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대부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공(代工)들이다.

지난 설 연휴는 면세점에서 따이공들을 찾긴 힘들었다. 대부분 중국 춘절을 맞아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연휴를 보냈기 때문이다. 중국 춘절 연휴는 오는 2월 2일까지다. 따이공들은 연휴가 끝난 뒤에야 다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 당국이 한반도 내 사드(THAAD·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限韓令) 기조를 유지하면서 발길이 끊어졌던 따이공들이 최근 다시 한국을 찾는 분위기였다.

면세점 업계는 '유커의 귀환'을 반겼다. 각 면세점들은 춘절을 맞아 중국으로 돌아가는 따이공들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행사를 펼치며 연휴가 끝난 뒤 다시 발걸음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로 곧 돌아올 유커들을 환영하지도 내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에 각 면세점들은 대표이사 등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전 직원 일일 발열 체크와 매장 및 인도장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했다. 임산부와 만성질환 직원들은 휴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도 비상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영업장 입구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소독도 매일 실시하며 고객에게는 마스크를 나누어준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비대위를 꾸리고 전직원 마스크 착용과 발열체크를 의무화하고 영업장의 수시 소독에 나섰고, 신세계면세점도 직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에게도 마스크를 나누어준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난 뒤게 진짜 문제"라며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의 대응에 따라 유기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한 폐렴은 과거 다른 감염설 질병과 달리 잠복기에도 타인에게 전염이 가능하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중국의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유커들이 입국을 못해도 문제고 입국을 해서 영업장을 찾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호텔도 비상이다.

중국 제일재경망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1월 22일까지 약 3주 간 우한에서 출발한 탑승객 중 6430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확진자 모두 이 시기에 한국을 찾았으며 일부 확진자는 호텔에 숙박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각 호텔에는 중국인 투숙 여부를 물어보는 고객의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국인 예약은 10% 넘게 취소됐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이런 우려에 각 호텔업계도 대응에 들어갔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했다. 서울신라호텔도 열화상 카메라 설치와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프런트 데스크와 화장실 등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각 호텔들은 발열 등의 이유로 미리 예약을 취소하지 못하고 노쇼를 하더라도 수수료 없이 취소해주기로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반가웠는데 뜻 밖의 악재를 만났다"라며 "내국인 고객의 문의와 항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오는 사람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어 난처한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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