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가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에 성공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동안 실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만큼 이번 매각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가뭄 끝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해태제과는 이 자금을 토대로 신제품 개발은 물론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다만 우려는 여전하다. 해태제과가 실적 부진에 시달렸던 이유는 '허니버터칩'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탓이 크다. 이에 따른 신제품 매출 감소와 교섭력 저하 등이 겹쳤다.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으로 한숨은 돌렸지만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라는 얘기다. 히트작 출시가 절실한 이유다.
◇ 계속된 실적 부진
해태제과의 실적은 2015년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2015년은 해태제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허니버터칩'을 출시한 해다. 당시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열풍에 힘입어 외형 확대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열풍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미투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해태제과의 시장 지배력도 점점 약화됐다.
해태제과는 이후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더불어 이번에 매각한 아이스크림 사업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작년 기준 해태의 아이스크림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 수준이다. 아이스크림 사업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존재감은 있었지만 점유율은 줄곧 10%대에 머물렀다, 신제품보다는 스테디셀러로 버텼다.
해태제과를 지탱하는 두 축은 제과와 빙과사업이다. 하지만 두 축 모두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해태제과를 둘러싼 경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주요 사업부문의 매출 감소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확대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 정착으로 생산비 부담이 증가했다. 더불어 매년 설비투자 등 고정비 증가도 실적 부진의 이유다.
이에 해태제과는 적자가 지속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사업에 대한 변화를 모색했다. 당초 외부자금 유치 등을 고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경쟁사인 빙그레에 매각을 결정했다. 빙그레는 이번 해태 아이스크림 인수로 국내 빙과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해태제과는 자금 확보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업계에서 이번 매각을 상호 윈윈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 효과는
해태의 아이스크림 사업은 신통치 않았다.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테디셀러인 부라보콘, 바밤바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과거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도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푸드에 이어 4위다. 문제는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 등으로 아이스크림 소비층이 줄어들었다. 할인 경쟁도 치열하다.
아이스크림 사업의 부진은 해태제과 실적 악화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사업인 건과부문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건과는 해태제과의 근간이다. 따라서 명성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이스크림 사업을 정리하는 것이 해태제과 입장에서는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을 통해 유입되는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쓴다면 재무지표가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해태제과의 작년 기준 순차입금은 2894억원에 달한다. 단순히 계산해 이번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 대금 140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황에 사용한다면 순차입금 규모는 1000억원대로 떨어진다. 부채비율도 종전 197%에서 130%대로 낮아진다. 재무지표가 좋아지면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이다.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적자사업 매각에 따른 수익성 호전과 매각 대금 유입으로 재무구조 개선 등 재무적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번 매각 자금이 차입금 상환에 사용된다면 유의미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연결돼 신용도에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 '제2의 허니버터칩' 절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 이후다. 적자 사업을 정리한 만큼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2015년 큰 인기를 끌었던 허니버터칩과 같은 히트 상품을 내놔야 한다. 해태제과는 아이스크림 사업 매각으로 현금흐름과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겠지만 매출 축소는 불가피하다. 남아있는 건기사업과 냉동식품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결과물은 히트 상품을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해태제과는 "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자금은 부채 상환과 과자공장 신규 설비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건기 사업 매출 축소가 계속되고 있다. 냉동식품도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해태제과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신제품 특히 히트상품 출시에 대한 고민이 깊다. 허니버터칩을 통해 히트상품의 중요성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히트상품을 출시하려면 꾸준히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매년 수십 종류의 신제품이 출시되지만 히트상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그때까지 해태제과가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태제과로서는 일단 한숨은 돌렸겠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라며 "기존 제품의 변형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는 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허니버터칩처럼 트렌드를 세팅하고 선도하는 히트 상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다시 수익성 악화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