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가 지난 2012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사업을 자회사로 떼내기로 했다. 해태는 이를 통해 제과 등 남은 사업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신설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해태가 향후 아이스크림 자회사 매각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해태제과는 16일 이사회를 열고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을 100% 신설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분할 신설회사(해태 아이스크림 주식회사)는 비상장 법인으로 하고 기존 해태제과는 상장법인으로 존속한다. 분할 기일은 2020년 1월 1일이다.
해태제과는 "해태 아이스크림 사업 부문은 전국 유통 영업망과 다수의 스테디셀러 브랜드를 보유한 빅 4 빙과 업체"라며 "시장 환경에 대응해 수년 전부터 가격정찰제 및 저수익 제품 단산 등 경영효율화를 통해 연간 순 매출 기준 약 2000억원대로 꾸준한 경영실적 개선을 달성했다"라고 강조했다.
해태제과는 이번 분할을 통해 아이스크림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해태의 다른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자회사인 젤라또 브랜드 '빨라쪼'와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비롯해 외부 투자유치와 전략적 사업제휴, 기술협력,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업계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해태제과의 아이스크림 부문 경쟁력이 점차 악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향후 매각까지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 투자유치와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결국 자체적으로 아이스크림 부문에 투자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어렵긴 하지만 해태제과의 경우 유독 더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향후 매각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해태제과가 이번 분할의 목적 중 하나로 '전문화된 사업 영역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해 경영 위험의 분산을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해태제과의 신용도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6월 해태제과의 신용등급을 A0(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낮춘 데 이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을 바꿔 달았다. 이에 따라 해태제과 내에서 사업 비중이 높고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제과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