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완료했다. 해태의 대표 브랜드였던 부라보콘과 누가바는 빙그레의 투게더, 메로나와 한 식구가 됐다.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은 양사의 영업망 등을 활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빙그레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의 대표 브랜드들을 수출할 생각이다. 국내 빙과 업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빙그레와 롯데의 '진검 승부'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완료…일단 '브랜드' 유지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주식 취득 건을 심사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앞서 빙그레는 지난 3월 해태아이스크림 주식 100%를 해태제과식품에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빙그레는 지난 5일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인수를 위한 잔금 지급을 마무리하고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최종 인수금액은 1325억원이다.
빙그레는 일단 해태아이스크림이라는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빙과시장에서 '해태'라는 브랜드 파워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해태아이스크림의 대표 제품인 '부라보콘'이나 '누가바' 등이 소비자들에게 해태의 브랜드로 각인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빙그레는 아울러 해태아이스크림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빙그레 경영기획담당인 박창훈 전무를 선임했다. 박 신임 대표는 지난 1986년 빙그레에 입사해 재경부 상무와 경영기획담당 전무 등을 역임했다. 이번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업무의 실무를 총괄했다.
박 대표는 "당장은 해태아이스크림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제품력 및 마케팅 활동 강화 등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조직 구성이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점진적으로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롯데와 '양강 구도'…냉동고 전쟁 치열
빙그레가 다른 기업을 인수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인수에 대한 빙그레의 의지가 강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빙그레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최근 정체돼 있는 국내 빙과 시장이 다시 활성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빙과 시장이 빙그레와 롯데의 양강 구도가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롯데제과, 빙그레, 롯데푸드, 해태아이스크림 순이었다. 이중 롯데가(家)에 속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를 합친 점유율은 47.1%에 달한다. 빙그레의 경우 이번 인수를 통해 점유율이 40.6%로 올라서게 됐다.
두 '집단'이 일대일로 맞서게 된 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공정위 역시 이번 인수 건을 승인하면서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경쟁이 증진될 수 있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통상 아이스크림 시장에서는 '냉동고'를 활용한 영업 경쟁이 이뤄지곤 한다. 대형 슈퍼마켓 등 특정 판매처에 어느 업체가 냉동고를 넣느냐가 관건이다. 예를 들어 빙그레가 냉동고를 들여놓을 경우 해당 판매처에서는 주로 빙그레 제품을 많이 쌓아두는 식이다. 결국 전국 곳곳에 포진해 있는 냉동고가 빙과 업체들의 '유통망'인 셈이다.
그간 롯데의 경우 롯데푸드와 롯데제과가 구축한 '유통망'을 사실상 함께 활용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여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빙그레 역시 이런 방식으로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빙그레는 이와 함께 해외 시장에서도 빙과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빙그레는 국내 빙과 업체 중에서 해외 수출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에 속한다. 반면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우 해외 유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빙그레 관계자는 "그간 구축해둔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의 대표 브랜드들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부라보콘이나 누가바 등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늘어난 만큼 글로벌 사업을 더욱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