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회사라면 다들 마찬가지지만 유독 편의점의 입점 경쟁은 치열하기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새 상가를 분양하면 가장 먼저 계약을 하자고 들어오는 업종이 바로 편의점이라고 하네요.
그러다 보니 규제도 촘촘합니다. 같은 브랜드는 250m 거리 제한이 원칙히고, 다른 브랜드라고 해도 기존 편의점 100m 안엔 출점을 제한하는 '편의점 자율규약'을 시행 중입니다.
그런데도 편의점은 여전히 매우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주요 편의점 점포 수는 GS25가 1만 3899곳, CU가 1만 3820곳, 세븐일레븐이 1만 5곳, 이마트24가 4438곳이나 됩니다. 모두 합하면 4만 2162곳에 달합니다. 편의점 천국이자 인구도 우리의 두 배가 넘는 일본의 편의점 수가 5만 곳 정도라고 하니 정말 많은 겁니다.
그렇다면 편의점의 입점 경쟁은 왜 이렇게 치열할까요.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는 편의점 구매 경험이 있는 15~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편의점 트렌드 리포트 2020'을 발표했습니다. 리포트에 따르면 편의점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거리'였습니다.
사실 브랜드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죠. 편의점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를 물어보니 1위가 '매장이 가까워서'였습니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설문에서 82.9%의 응답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브랜드가 뭐든 가까우면 찾는다는 겁니다.
결제가 편리하거나 직원이 친절하거나 신제품이 많다거나 하는 이유는 10% 미만입니다. 매장 위치 외에 프로모션 행사와 신용카드 제휴할인, PB 상품 등의 이유도 20% 이상이었습니다. 주 이용 편의점 순위는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의 순입니다. 매장 수 순위와 그대로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은 주로 뭘 살까요.
대부분은 식료품 구매가 목적입니다. 65.9%의 응답자가 먹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단 살 물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오지는 않습니다. 어떤 제품을 살지 이름까지 확실하게 정한 뒤 편의점을 찾는 경우는 31.1%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많이 사가는 품목은 커피와 같은 음료류와 삼각깁밥과 같은 간편식, 과자, 아이스크림 등입니다.
편의점에서 1+1과 같은 이벤트를 자주 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평소 쓰던 브랜드와 상관없이 할인이나 프로모션 제품을 고른다는 비중이 63.4%나 됩니다. 결국 편의점 업계는 출점 경쟁도 치열한데 이벤트와 프로모션 등도 쉴 새 없이 진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올해도 경쟁은 치열합니다. 지난해 GS25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20년 만에 업계 1위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CU는 리벤지를 벼르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무시할 수치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백화점 등 대형마트의 부진으로 편의점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합니다. 올해 가맹계약이 끝나는 편의점만 전국에 3000곳이 넘습니다. 그만큼 노리는 곳이 많습니다.
올해 말에 웃는 곳은 어디가 될까요. GS25의 수성(守城), CU의 탈환(奪還). 올해 편의점 입점 경쟁의 관전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