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시장에 큰 장이 섰다. 대규모 점포 재계약 시즌이 도래하고 있어서다. 자율규약 등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편의점 본사 입장에서는 기존 점포를 뺏기지 않으면서도 다른 브랜드 점포는 뺏어와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기존 편의점 점주들은 자연스럽게 '협상력'이 커지면서 일부 점포의 경우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 일시 지원금을 요구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 연간 3000~4000개…급증하는 재계약 점포
최근 편의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브랜드 전환에 대한 고민 글이 부쩍 많이 올라오고 있다. 조만간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기존 브랜드를 유지할지 아니면 '간판'을 교체할지를 두고서다. 이들은 주로 국내 메이저 편의점 브랜드의 점포 개발 담당자를 줄줄이 불러 계약 조건을 협상하면서 재계약을 저울질하고 있다.
재계약을 고민하는 점주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국내 편의점 시장 역사와 관련이 있다. 국내 편의점 점포는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엔 한 해에 1241개 매장이 새로 생겼다. 전년 300개와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다. 이후 2015년 2974개, 2016년 3617개, 2017년 4213개 등 점점 증가 규모가 커졌다. 그러다가 지난해는 1627개로 주춤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업체들이 정부의 중재로 자율규약을 마련한 탓에 신규 출점이 까다로워지면서다.
이 와중에 올해부터 재계약 점포가 급증하면서 편의점 본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편의점 가맹 계약이 대체로 5년 단위로 갱신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신규 출점이 어려워진 편의점 본사들이 브랜드 전환 영업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억 단위 일시 지원금…수익 배분율도 '관심'
'간판 교체'를 고민하는 점주들의 관심사는 본사와의 수익 배분율과 일시 지원금이다. 통상 편의점 점주들은 매출의 70~80%가량을 가져가고 나머지는 본사에 주는 식으로 계약한다. 당연히 점주 입장에서는 재계약을 하면서 이 배분율을 높이는 게 좋고, 본사는 낮추는 게 좋다.
다만 대부분 편의점 본사는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해 불필요한 출혈을 감수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매출이 높은 점포의 경우 점주가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만 수익이 낮은 점포에 대해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국내 편의점 선두업체인 CU와 GS25의 경우 각각 1만 300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점포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CU와 GS25는 이미 '규모의 경제'를 만들었다고 자체 판단하고 수익성을 높이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면서 "점포 늘리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최우선 과제는 아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관건은 무작정 타사 점포를 뺏기보다는 수익성 좋은 점포를 누가 더 많이 가져오느냐다. 매출이 높은 점포에 일시 지원금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제시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편의점 업체 관계자는 "일 매출이 300만~350만원가량 되는 점포를 소위 '대박 점포'라고 한다"면서 "이 점포 점주들의 경우 과거보다 협상력이 더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 "각사 조건 비교해봐야…'복지'도 제각각"
업계 관계자들은 점주 입장에서 보면 무작정 기존 브랜드와 재계약하기보다는 각사의 조건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권의 특성이나 본사 점포 개발 담당자의 성향 등에 따라 조건이 제각각이니 조건을 전부 들어보면서 꼼꼼하게 비교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각 사에서 제공하는 점주와의 '상생 방안'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
CU는 최근 '명절 휴무 자율화 제도'를 시행하거나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웨딩플랜과 산후도우미, 요양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등의 상생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GS25의 경우 최저 수입보조금 지급을 2년으로 확대하고, 가맹점주에 법률 및 노무사 자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또 세븐일레븐은 가맹점주에게 금융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이마트24는 기간에 따라 점주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각사마다 차별화된 복지제도를 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