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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운동화'가 뜬다

  • 2021.06.09(수) 16:57

휠라·나이키 등 '커스터마이징' 시장 관심
나만의 개성 표출…MZ세대 잡기 총력

/ 사진제공=휠라
/ 사진제공=휠라

#직장인 이 모씨(27)는 최근 남자친구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신발을 맞췄다. 기성 브랜드 제품에 원하는 색상과 소재 등을 골라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했다. 신발 전면의 색은 다른 옷들과 매칭하기 편한 파스텔톤으로 골랐다. 신발 끈은 네온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신발 뒤꿈치 패치 부분에는 기억하고 싶은 기념일을 레터링 문구로 새겼다. 이씨는 "기존 제품보다 가격도 비싸고 제작하는 기간도 길었지만 직접 디자인을 고민하고 선택했더니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개별 소비자의 취향을 살린 맞춤형 제품을 내놓는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다. 웃돈을 주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이 담긴 상품을 구매하려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맞춤형 상품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맞춤 생산으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대량 생산하는 방향으로 산업이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질, 레터링 문구 모두 내 맘대로

휠라는 최근 신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인 '마휠라(maFILA)'를 론칭했다. 커스터마이징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드는 맞춤 제작 방식이다. 마휠라는 휠라의 대표 인기 제품 3종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원하는 색상이나 소재를 고르고 레터링을 입히는 등 맞춤형 신발을 디자인하는 서비스다.

소비자는 신발 전면, 측면, 베라(신발 혀), 아이 스테이(신발 끈 구멍), 신발 끈 등을 각 16가지 색상 중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소재도 합성 가죽이나 스웨이드 중 고를 수 있다. 신발 뒤꿈치 패치에 자수로 원하는 글자를 새겨 넣는 것도 가능하다.

휠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 사진제공=휠라 홈페이지

휠라가 커스터마이징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MZ세대는 온라인 플랫폼을 자유롭게 다루고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즐긴다. 취향이 다양해지는 만큼 웃돈을 주더라도 차별화한 제품을 구매한다.

휠라 관계자는 "본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고 표현하는 데도 적극적인 MZ세대를 위해 이색 서비스를 제안하게 됐다"며 "단 하나뿐인 신발을 제작함으로써 단순한 신발 구매를 넘어 본인만의 패션 루틴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더욱 다양해지는 '커스터마이징'

사실 스니커즈(운동화) 분야는 가장 활성화된 커스터마이징 시장이다. 마니아층이 두텁고 대중성이 높다. 다른 제품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변형,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 기존 제품에서 색상이나 로고 등에 변화만 줘도 만족도가 높아진다. 대중적인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커스터마이즈 전략을 내놓는 이유다.

실제로 운동화 브랜드 반스, 컨버스, 나이키 등은 지속해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지난 3월 서울 마포에 오픈한 컨버스 스튜디오에서는 약 2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스니커즈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의 나이키 매장에서는 원하는 로코나 마크를 신발과 의류에 새길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니커즈(운동화) 분야는 대표적인 커스터마이징 시장으로 꼽힌다. /사진=나이키 페이스북 캡처

업계에서는 커스터마이징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의 취향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우선 제품의 생산 과정에 있어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늘고 있다. MZ세대는 소비를 통해 정체성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을 즐긴다. 기업들은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 과정에 끌어들이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성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커스터마이징은 또 하나의 자기표현 수단"이라며 "앞으로도 개인 맞춤형 시장을 공략하는 서비스나 제품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시대'

커스터마이징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달로 고객 데이터 수집이 수월해지고 라이브 커머스 등의 유통채널이 많아지는 등 산업 환경이 변화한 것이 주된 이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산업들은 고객 개개인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 customization)'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빅데이터, 스마트 공장 등의 기술이 발달하고 라이브 커머스 등 유통채널이 많아지면서 효율적으로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기술의 발달로 이것이 가능해졌다"며 "이전에는 맞춤형 생산을 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인공지능, 스마트 공장 등의 발달하면서 맞춤형 제조 공정이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브 커머스 등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제품 생산 과정에서 소비자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패션 분야뿐만 아니라 많은 산업이 매스 커스터마이징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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