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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180도' 바뀐 남양유업 사과문

  • 2021.07.07(수) 16:52

사모펀드에 매각 뒤 첫 행보는 '사과'
'진정성' 앞세워 이미지 개선 작업 속도

남양유업 본사.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지자체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가운데 이번 일로 낙농가 및 대리점들은 물론 많은 고객분들과 관계자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남양유업이 '또' 사과했습니다. 지난 6일 세종시가 남양유업의 세종공장에 과징금 8억 3000만원을 부과했는데요. 취재진에게 사과문을 전했습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자사의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죠.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이라고 판단, 세종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습니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해 영업정지를 사전 통보했는데요. 논의 결과 결론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남양유업은 일주일 전인 지난달 30일에 또 다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경쟁사인 매일유업에 근거 없이 온라인 댓글 비방 행위를 한 것에 대한 사과입니다.

당시 남양유업은 한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인터넷 아이디 수십 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매일유업 상하목장 원유를 납품하는 고창 근처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으니 방사능 유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고요. 이를 인지한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 홍 전 회장과 직원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습니다.

남양유업이 지난달 30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 화면 캡처.

소비자들에게 남양유업의 '사과'는 이제 너무나 익숙한 일이 됐습니다. 남양유업의 사과문에 전 국민이 관심을 뒀던 건 지난 2013년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당시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과 대리점 사장님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데 따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이후 2019년 어린이 주스 음료 '아이꼬야'에서 곰팡이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을 당시에도 사과문을 올렸고요. 홍 전 회장이 외조카인 황하나 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도 사과문을 내건 바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동안 남양유업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항상 뭔가 찝찝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갑질 사건' 때부터 그랬습니다. 남양유업은 당시 김웅 대표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오너인 홍원식 전 회장이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또 사과문에 "이번 통화 녹취록은 3년 전 내용으로 확인되었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리자를 문책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요. 이게 문제가 됐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라는 뉘앙스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결국 남양유업 경영진은 며칠 뒤 카메라 앞에 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3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문구는 공식 사과문에서 빠졌습니다.

아이꼬야 관련 사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과문에는 '제조과정이 아닌, 배송 상의 문제로 확인되었다'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물론 이게 사실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또 변명하고 있다며 비난했습니다. 결국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고요. 남양유업은 이틀 뒤 제품 판매 자체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해야 했습니다.

황하나 씨 논란 당시 사과문을 볼까요. '황하나는 제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되어 있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문제가 됐습니다. 물론 이 역시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역시 변명에 불과하다며 고개를 돌렸습니다.

사과문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사과를 받는 입장에서는 어떤 사과문도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죠.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고요. 하지만 사과란 모름지기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여야 상대방의 마음이 겨우 누그러지는 법입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간 남양유업의 사과는 한 번에 끝나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일단 사과문을 올려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한 번 더 사과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처음부터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한 번이면 끝날 일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야 했습니다.

홍 전 회장은 이를 뒤늦게 반성했습니다. 그는 '불가리스 사태'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자리에서 사과문을 읽었습니다. 사과문에는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저의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부족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과의 흑역사'를 인식해서일까요. 남양유업의 주인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 바뀐 뒤 첫 공식 행보는 바로 '사과'였습니다. 물론 매일유업을 부당하게 비판한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한참 뒤에야 한 사과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소비자들을 찝찝하게 하는 '한 줄'은 없었습니다. 변명하지 않고 사과만 했습니다. 세종시의 과징금 처분에 대한 사과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한 네티즌의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미지 바뀌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는 내용인데요. 언뜻 보면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으로서는 이 댓글에서 '희망'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사과문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남양이 과거와는 다르게 '노력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첫걸음이 될 겁니다.

사과를 잘한다고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사과할 일을 하지 않는 게 먼저겠죠. 또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순식간에 마음을 풀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바꿔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겁니다. 남양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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