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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 돌파구로 '빅마켓' 찍은 이유

  • 2021.10.05(화) 07:30

창고형 할인점 확대로 돌파구 모색
투자 여력은 충분…'차별화'가 관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롯데쇼핑이 창고형 할인점 '빅(VIC)마켓' 사업을 다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오는 2023년까지 전국 20개 롯데마트를 빅마켓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소 의외의 선택입니다. 빅마켓은 롯데쇼핑의 '가장 아픈 손가락'입니다. 2012년 야심차게 론칭한 후 한때 점포를 5개까지 늘렸지만, 실적 부진에 철수설이 돌기도 했습니다. 현재 빅마켓은 전국에 금천점, 영등포점 두 곳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롯데쇼핑은 갑자기 왜 마음을 바꾼 걸까요. 업계에서는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빠른 성장에 주목합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는 7조274억원에 달합니다. 5년 새 2배 이상 커졌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은 정체됐습니다.

창고형 할인점 업체의 실적도 성장 중입니다. 코스트코의 지난해 매출은 4조5229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8.2% 늘었죠. 올해는 매출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실적을 '하드캐리'하고 있습니다. 트레이더스의 2분기 매출액은 8005억원입니다. 전년 대비 21% 늘었죠. 롯데쇼핑의 빅마켓도 비록 점포수는 2개에 불과하지만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창고형 할인점이 새로운 시장은 아닙니다. 과거부터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아는 사람만 가는 마트'라는 느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창고형 할인점의 상품 가성비는 예전부터 좋았습니다. 또 일반 대형마트에서 구매하기 힘든 상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용량 제품 위주여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쉽게 어필하지 못했죠. 몇몇 특이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긴 했지만 인지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는 창고형 할인점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외출이 줄면서 생필품을 미리 사두는 트렌드가 확산합니다. 마침 업계도 자체브랜드(PB)를 확대해 시장을 공략합니다. 소비자들은 창고형 할인점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강점이었던 압도적 가성비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대용량 상품 위주라는 특징은 이커머스와도 영역이 겹치지 않습니다. 향후 성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롯데쇼핑이 빅마켓을 다시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시장 전망이 밝아서가 아닙니다. 창고형 할인점 시장은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가 양분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홈플러스 스페셜'을 늘려 나가고 있지만 아직 존재감은 미미합니다. 빅마켓의 점포수는 두 곳에 불과합니다. 인지도는 없다시피하죠.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롯데쇼핑은 왜 빅마켓을 선택한 걸까요. 업계에서는 롯데가 창고형 할인점이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은 '파고들 만한 시장'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코스트코 매장은 16개입니다. 트레이더스와 홈플러스 스페셜은 각각 20개 정도죠. 400개가 넘게 있는 대형마트에 비하면 창고형 할인점은 아직 공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창고형 할인점은 일반 마트보다 넓습니다. 상품을 박스째 진열해야 하니까요. 새로운 점포를 열기 위한 투자 부담이 큽니다. 대형마트 등 기존 점포를 리뉴얼하더라도 돈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외관 말고는 다 바꿔야 하니까요. 이를 고려하면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섣불리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상반기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원이 넘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준비한 실탄이 그대로 남아있죠. 최근 한샘 인수에 3000억원을 썼지만 여전히 실탄은 넉넉합니다. 반면 경쟁사의 상황은 다릅니다. 이마트는 본사까지 매각하며 온라인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지역상권과의 충돌로 출점이 쉽지 않습니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빅마켓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아닙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롯데쇼핑이 빅마켓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상대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틈새를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겁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목포·전주·광주 등 호남지역 롯데마트를 빅마켓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점찍었습니다. 내년까지 리뉴얼을 마칠 계획입니다. 이 곳에는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가 없습니다. 충분히 '흥행'을 기대해 볼 만 합니다.

또 롯데쇼핑은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롯데쇼핑이 온·오프라인의 시너지를 경쟁사보다 더 강조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특히 대형마트는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적인 활용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창고형 할인점은 이런 롯데쇼핑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사업 모델입니다. 대형마트를 활용, 빅마켓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면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도 가능합니다.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전국에 창고형 할인점이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주요 상권에는 이미 창고형 할인점이 성업 중입니다. 빅마켓이 새로운 시장으로 점찍은 수도권 롯데마트 상권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결국은 '차별화'가 관건입니다. 롯데쇼핑도 이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선식품과 독자적인 PB, 해외소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롯데쇼핑은 유통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롯데ON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점이 었던 오프라인도 부진합니다.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입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된 것도 분명합니다. 최근 오픈한 롯데백화점 동탄점, 타임빌라스는 '탈롯데'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죠. 새로운 빅마켓도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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