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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강남 프로젝트' 판을 깔았다

  • 2022.03.05(토) 10:05

[주간유통]롯데백화점, 럭셔리 전문가 대거 영입
취약한 명품 강화…'강남 1등' 백화점 노려
브랜드 이미지 제고·수익 확보 등에 초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럭셔리 전문가 대거 수혈

롯데백화점의 행보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수장에 신세계 출신 정준호 대표를 앉힌데 이어 이번에는 럭셔리 브랜드 출신 인사들을 대거 불러 모았습니다. 과거의 롯데백화점이라면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일들입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여기에는 '이대로는 안된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절실함이 담겨있습니다.

정 대표는 올해 초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MD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기존 상품본부를 MD1 본부와 MD2 본부로 나눴습니다. MD1 본부는 해외 럭셔리 상품군을, MD2 본부는 일반 패션과 자체브랜드(PB)를 담당합니다. MD조직을 세분화해 롯데백화점만의 차별화된 상품 구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리고 MD1 본부장에 최근 화제가 된 이효완 전무를 영입했습니다. 이 전무는 펜디코리아와 샤넬코리아 등을 거쳐 지방시 코리아 지사장 겸 대표를 역임한 전문가입니다. 롯데백화점 첫 여성 전무이기도 합니다. 이어 MD1 본부의 럭셔리 앤 컨템퍼러리 디자이너 부문장에는 진승현 상무보를,  마케팅 앤 커뮤니케이션 부문장에는 김지현 상무보를 데려왔습니다.

진 상무보는 발렌시아가 코리아 리테일 담당 상무를 지냈습니다. 김 상무보는 루이비통 코리아 마케팅 총괄을 역임한 전문가입니다. 이번 인사의 공통점은 모두 명품 브랜드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라는 점입니다. 롯데백화점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럭셔리 브랜드 강화를 통한 롯데백화점의 브랜드 이미지와 상품성 강화가 목적인 겁니다.

정 대표의 '강남 프로젝트'

작년 말 정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인사를 통해 화두 하나를 던졌습니다. "강남에서 1등 점포를 만들겠다"입니다. 정 대표는 "고급 소비의 중심인 강남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점포가 있어야 한다"면서 "강남에서의 성공 경험이 타 점포로 확산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롯데백화점은 강남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승승장구할 때도 구경만 해야 했죠.

이어 그는 "잠실점과 강남점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롯데백화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는 다른 고급스러움을 넘어선 세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1등 롯데백화점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강남에서 신세계백화점을 잡겠다는 일종의 선전 포고인 셈입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사진=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임직원 인사 동영상 캡처

백화점에게 럭셔리 브랜드는 무척 중요합니다. 백화점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작년 국내 백화점 업계들의 매출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습니다. 그럼에도 롯데백화점의 실적은 여타 업체들에 비해 저조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전체 매출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차치하는 비중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정 대표가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가 공표한 대로 잠실점을 중심으로 강남권에서 럭셔리 브랜드를 더욱 육성해 수익은 물론 상품 구성,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확실한 변화를 주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이번 외부 전문가 대거 영입은 이런 프로젝트의 첫 시작인 셈입니다.

'에루샤'를 잡아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소위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입니다. 어느 백화점이 이 세 브랜드 매장을 모두 갖고 있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현재 에루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백화점은 총 7개 점포가 있습니다. 이 중 신세계백화점이 네 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 사장이 오랫동안 럭셔리 브랜드에 공을 들인 결과입니다.

에루샤 보유 여부가 왜 중요한지는 신세계백화점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작년 신세계백화점의 영업이익은 517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이 중 백화점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은 3622억원이었습니다.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44.9% 늘어나면서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롯데백화점의 경우 에루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점포는 잠실점 뿐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작년 매출 1조원을 넘긴 백화점 점포는 총 11개입니다. 그중 신세계백화점이 네 곳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 네 곳은 앞서 설명드린 에루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점포들입니다. 백화점들이 에루샤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는 꺼립니다. 자칫 가짜를 구입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매장을 직접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에루샤가 모두 입점한 백화점을 더욱 선호합니다. 한번 방문으로 럭셔리 브랜드 삼대장을 모두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백화점에 들린 김에 다른 제품들도 구매합니다. 이는 모두 백화점의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백화점들이 럭셔리 브랜드에 방점을 찍는 이유입니다. 롯데백화점이 왜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약점 보완 가능할까

롯데백화점은 럭셔리 브랜드 강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해야 합니다. 작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484.6%, 94.6%에 증가했지만 롯데백화점은 6.4% 증가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이 가장 뼈아팠을 겁니다.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에서 짧은 시간 내에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도 럭셔리 브랜드의 힘이 컸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외부 인사 수혈을 통해 에루샤 확보에 전력투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루샤 중 가장 유치하기 까다로운 곳은 에르메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르메스 유치에 성공한 백화점은 업계에서도 한 단계 윗급으로 인정합니다. 업계에서는 에루샤를 모두 유치할 다음 주자로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꼽고 있습니다. 이는 곧 롯데백화점이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백화점은 일단 에루샤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잠실점을 기점으로 럭셔리 브랜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 대표가 잠실점과 강남점을 콕 집어 이야기한 만큼 향후 강남점에 대한 변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정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럭셔리 브랜드뿐만 아니라 각 영역별로 경쟁력 있는 상품 라인업을 갖춰야 합니다. 이를 통해 실추된 롯데백화점의 명예를 되찾아야 합니다.

이제 판은 깔렸습니다. 필요한 사람들을 배치했고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정 대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부담일 겁니다. 업계에서는 최근 롯데백화점의 변화 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곳이 많습니다. 이는 그만큼 롯데백화점이 지금껏 정체돼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롯데백화점 강남 프로젝트의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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