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구에 사는 주부 조모 씨(59)는 매달 1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캘린더에 적어둔다. 주말 장을 보러 갔다가 휴업일에 헛걸음을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조 씨는 "먹거리 같은 것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것이 신선해 직접 장을 본다"며 "가까운 곳에 마땅히 갈 전통시장도 없어서 휴무일을 따져가며 장을 보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골목상권을 보호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점이 붙고 있다. 소비성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10년 간의 '족쇄'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협의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이 모인 단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등 대다수의 지역이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됐다. 지난 10년간 규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의뮤휴업 규제가 이커머스 시장을 키웠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비판에 여론도 싸늘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8%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의무휴업 폐지를 한 차례 추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TOP10' 온라인 투표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폐지' 안건을 포함했다. 하지만 어설펐던 투표 과정 논란과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며 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폐지보다 완화'
정부는 일괄적 폐지보다 점진적 완화로 선회한 분위기다. 의무휴업일을 휴일에서 평일로 옮기는 방안 등이다. 이는 법안의 개정 없이도 추진할 수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의무휴업일 지정 및 변경은 기초지자체의 권한이다.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만 거치면 가능하다. 정부도 일괄적 폐지보다 각 지역 상황에 맞게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구광역시는 광역시 최초로 내년부터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기로 했다. 앞서 대구시는 대형·중소 유통업체 관계자, 시장·구청장·군수 등이 참석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시 측은 "대형마트 휴무가 전통시장·소상공인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데다, 시민들의 겪는 불편도 커서 이번 협약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서울특별시 등 다른 광역시도로 확산할지 관심이 모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완화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은 만큼 변화에 나서는 지차체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평일을 포함한 지자체는 아직 50여 곳 정도에 불과하다.
"평일로 휴업일 전환 충분히 합리적"
현재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공세에 소비 침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분기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22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도 부실 점포를 정리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420억원에 불과했다.
의무휴업 규제가 완화되면 대형마트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소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경우 평일 일평균 총 매출이 약 360억원, 주말은 500억원인 것으로 계산된다"며 "주말과 평일의 매출 차이는 200억원 수준으로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바뀌기만 해도 3840억원의 연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의 대결구도는 이제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바뀌었다"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대비 2.7%포인트 떨어진 반면 온라인쇼핑의 매출 점유율은 15.9%포인트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세 유통 채널을 살리려먼 소비자가 가고 싶도록 '베네핏'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무휴업은 소비자 선택의 원리를 간과했던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가구수 감소, 온라인 공세로 대형마트의 미래는 어둡다"며 "평일로 휴업일을 옮기는 등 방안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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