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패션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리오프닝 효과와 더불어 수입 '신명품' 매출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염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몇몇 사례처럼 기껏 키운 수입브랜드가 국내 직진출을 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얘기다. 패션업체들은 "우려가 과도하다"면서도 자사 브랜드를 강화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입 브랜드들 "이제 독립 할래"
'신명품' 트렌드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신명품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장점을 앞세워 MZ세대를 사로잡았다. 주요 패션업체들도 신명품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신명품 브랜드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의 신명품 브랜드들은 작년 두 자릿수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자크뮈스와 스튜디오 니콜슨의 작년 매출신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100%, 60% 증가했다. 40여개 수입브랜드를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작년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000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영향으로 해외패션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명품 브랜드의 눈부신 활약 만큼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기껏 키운 수입브랜드들이 국내시장에 직접 진출한다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일부 수입브랜드들은 국내 기업을 통해 입지를 다진 후 직진출을 선언해왔다.
최근 삼성물산이 수입 유통해온 톰브라운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끝내고 '톰브라운 코리아'를 설립했다. 톰브라운은 삼성물산 패션이 운영하는 세계 3대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 입점해 국내 인지도를 키웠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의 셀린느도 신세계인터내셔날과 계약 만료 후 글로벌 본사가 직접 국내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톰브라운과 셀린느의 직진출 선언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두 회사 모두 국내 기업과 10년 넘게 동행한 브랜드들이다. "해외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염려가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산업 전반적인 수입의류 입지는 꾸준히 커져 왔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의류 수입 누적액은 125억9000만 달러로 2012년(61억1900만 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우려할 정도 아냐…자사브랜드 키울 것"
패션업체들은 일단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사 브랜드 매출 비중이 해외 브랜드 대비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물산 패션의 자사브랜드 매출은 전체 70% 정도로 추정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해외 패션 브랜드 매출 비중은 전체 30%대란 설명이다. LF의 자사브랜드 수도 60%를 넘는다.
다만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사브랜드 투자를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한류를 앞세워 해외 패션 시장을 공략하기에도 적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사 여성복 브랜드 매출을 2025년까지 5000억원 규모까지 끌어올린다. 이 회사는 현재 △지컷 △보브 △스튜디오 톰보이 △델라라나 △일라일 등 5개 여성복 자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사 브랜드는 과거에도 꾸준히 투자해왔고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치를 정했을 뿐"이라며 "국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브랜드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F도 올해 자사 메가 브랜드를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메가 브랜드란 어린이부터 중장년까지 폭넓은 고객층 공략이 가능한 브랜드를 말한다. 헤지스는 △남성·여성복 △아동복 △골프웨어 △액세서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다. 해외 인지도가 쌓인다면 현재 라이센스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F 관계자는 "올해는 메가브랜드 위주로 대중화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더불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합한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기업 가치 제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