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이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핵'으로 떠올랐다.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까지 국내 1세대 소셜 커머스를 모두 손에 넣으면서다. 단숨에 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가 뚜렷하다. 큐텐은 직구 역직구 사업 확장으로 이를 삼분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로 나스닥 상장이 일차 목표다.
큐텐의 깃발 아래
11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5일 위메프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큐텐이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경영권과 모바일 앱의 소유권을 갖는 것이 골자다. 정확한 인수 방식과 금액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새 대표에 큐텐 김효종 경영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이에 따라 원더홀딩스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허민 대표는 위메프에서 손을 떼게 됐다.
큐텐의 이커머스 인수는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에 이어 세 번째다. 큐텐은 지난해 9월 2000억원을 들여 티몬을 인수했다. 사모펀드가 보유한 티몬 지분 100%와 큐텐의 지분을 교환하는 식으로 인수가 성사됐다. 이후 큐텐은 지난달 3월에도 인터파크 최대주주인 야놀자와 이날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 모든 것이 최근 1년 새 일어난 일이다. 이로써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시장 점유율도 단숨에 4위로 뛰어올랐다. 최근 정확한 공식 집계는 없지만 2020년 기준 큐텐 연합군(위메프·티몬·인터파크커머스)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10%에 육박한다. 이는 네이버(17%), G마켓·SSG닷컴(15%), 쿠팡(13%)에 이어 네 번째다.
다크호스 된 큐텐
큐텐은 G마켓의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중국산 제품이 주를 이뤘던 현지 시장에 한국 상품을 팔며 성장을 거듭했다. K뷰티·푸드 등 호재가 따랐다. 업계에 따르면 큐텐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으며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큐텐은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동북아·유럽·미주 등 11개 언어, 24개국에서 진출해 있다.
가장 큰 강점은 큐텐의 글로벌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다. 전 세계 11개국 19개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물류망을 갖고 있다. 이 덕분에 해외 직구의 장벽인 배송 기간을 크게 줄였다. 이는 글로벌 셀러들이 큐텐을 찾게 하는 원동력이다. 구 대표 역시 'G마켓 매직'으로 유명한 요주의 인물이다. 그는 국내에 첫 오픈마켓이란 개념을 도입해 2006년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큐텐이 국내서 노리는 것은 해외 직구 역직구 사업이다. 아직 해당 분야에서 뚜렷한 강자가 없다는 생각이다. 네이버는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국내 오픈마켓에서 독점적 위치를 점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직매입 플랫폼의 강자다. 이 점을 비춰보면 아직 해외 직구 역직구 사업은 무주공산인 셈이다. 큐텐은 이 틈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일종의 '천하 삼분지계'다.
맞춰지는 퍼즐 조각
큐텐은 인수 업체들 간 시너지 높이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셀러와 IT 기술 등 각 사가 보유한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해외 직구와 같은 신(新) 성장 엔진 달기에 나선다. 큐텐 측은 "위메프가 갖고 있는 직매입 기반의 원더배송, 티몬의 기간 한정 특가 상품 등 각 플랫폼들이 가진 장점을 큐텐과 결합하면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티몬은 지난달 해외 직구 거래액은 지난해 9월(큐텐에 인수된 달)에 비해 55.9% 증가했다. 분야별로 가전·디지털 상품 국외직구액은 143%, 출산·유아동 품목은 94%, 식품·건강식품은 48% 증가했다. 티몬 측은 "큐익스프레스 등 큐텐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시너지가 났다"며 "큐텐의 셀러와 직접 연결되면서 배송기간이 줄고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큐텐의 일차 목표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이다. 현재 큐익스프레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나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큐텐이 최근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해 몸집을 불린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많다. 큐텐 연합군 결성은 향후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물동량 확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앞선 티몬의 사례가 그 대표적 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최근 잇따른 인수로 몸집을 크게 불렸지만, 업계 4위 수준으로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며 "단순히 거래액과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일차적으로 큐익스프레스 상장 등이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