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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상장한다" 11번가의 외침…이젠 시간이 없다

  • 2023.04.28(금) 07:19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영업손실도 2배
IPO 한파에도…"일정 변함없이 유지한다"

11번가 / 그래픽=비즈워치

11번가가 매각과 IPO(기업공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11번가는 당초 계획한 IPO 일정을 지킨다는 입장이지만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외부 투자 유치를 언급하면서 매각 가능성도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큐텐의 위메프 인수로 시장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홀로 남은 11번가도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선 앞으로 어느 한쪽을 성공시켜야 하는 셈이다.  

9월이 다가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IPO 한파에도 불구하고 오는 9월 상장 계획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11번가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 5년 내 IPO를 하기로 조건을 걸었다. 만약 기한 내에 상장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8%의 수익을 붙여 돌려주기로 했다. 그 기한이 오는 9월 말이다.

11번가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통상 상장 심사 승인, 상장까지는 4~6개월이 소요된다. 이 기간을 감안하면 적어도 이달 안에는 상장예비심사청구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11번가는 지난해 주관사 선정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상장 일정에 대해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고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계속 검토 중"이라면서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있다"고 밝혔다.

얼어붙은 증시 상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제로 올해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e커머스들은 상장을 중도 포기했다. 올해 상장을 목표로 했던 SSG닷컴도 지난해 투자자들과 상장 연기에 합의했다. 제대로 된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11번가도 투자자들과 연기를 논의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문제다

지지부진한 실적도 문제다. 상장을 위해서는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11번가는 지난 2019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계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0년에는 98억원, 2021년에는 6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에는 영업손실이 1515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11번가 역시 IPO를 중도 포기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SK스퀘어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밝혔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SK쉴더스 매각 계획을 발표하며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IPO가 아닌)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SK스퀘어는 11번가 지분을 80.3% 보유한 최대주주다.

사실 11번가는 늘 매각설에 시달려 왔다. IPO 약속 기한은 다가오지만 뚜렷한 반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매각밖에 답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상장에 대한 11번가의 의지는 여전하다. 11번가 관계자는 "매각 가능성도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도 확인되지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11번가만 남았다

다만 시간은 11번가를 조여오고 있다. 특히 최근 큐텐이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를 품으면서 11번가의 부담은 더 커졌다. 업계 4위 자리를 큐텐 그룹에 빼앗겼다. 최근 정확한 공식 집계는 없지만 2020년 기준 큐텐 그룹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10%에 육박한다. 이는 네이버(17%), G마켓·SSG닷컴(15%), 쿠팡(13%)에 이어 네 번째다. 11번가는 7% 남짓으로 5위로 내려가게 됐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 그래픽=비즈워치

재편 속도는 엔데믹 이후 더 빨라지고 있다. 이커머스의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 쿠팡, 네이버로 대표되는 상위 그룹과 큐텐그룹, SSG닷컴(G마켓, 옥션)으로 불리는 중위 그룹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커머스라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쉽게 유치할 수 있던 시기는 지났다. 1세대 이커머스 가운데 11번가만 홀로 남았다. 11번가도 IPO든 지분 매각이든 탈출구가 절실한 이유다. 

현재 11번가는 외형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쟁 이커머스들이 외형보다는 적자 줄이기로 전환한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11번가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급증한 789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치다. 직매입 기반 익일배송서비스 슈팅배송을 출시한 영향이다. 오픈마켓은 판매 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하는 반면 직매입은 물건값을 고스란히 매출에 반영할 수 있다. 

이를 두고 IPO든 매각이든 시장의 시각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해도 11번가는 몸집을 불리고 있다. 신선식품 산지 직배송, 명품전문관 등 버티컬(전문몰)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업손실이 늘어난 상황에도 새로운 서비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기업 가치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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