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강원도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서울에서 버스로 한 시간 반을 달려가자 도둔산 아래 공장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앞으로는 홍천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공장 입구에서는 켈리, 테라 등 맥주 로고가 붙은 트럭이 줄지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유병규 하이트진로 생산안전지원팀 차장은 "이렇게 산 좋고 물 좋은 '배산임수' 명당에서 맥주를 만드니 맛이 없을 리 있겠나"고 웃어 보였다.
강원공장은 하이트진로의 '심장'과 같다. 테라, 켈리 등 하이트진로 전체 맥주의 약 70%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연 생산규모가 5000만 상자(1상자=500ml, 20병)에 이른다. 총면적 16만 평으로 한국에서 제일 큰 맥주 공장이다. 전 공정을 중앙통제실이 제어하는 첨단 시설이기도 하다. 맥주 성수기를 앞두고 강원공장 생산라인은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1분에 1000병씩 검사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크게 제품동과 제조동으로 나뉜다. 제품동은 맥주가 병에 들어가는 포장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세척 공병에 맥주가 담긴다. 제조동에서는 맥아(발아시킨 보리의 낟알) 등을 이용해 맥주를 만든다. 맥아를 만드는 '사일로', 맥아, 호프, 물 등으로 맥아즙을 만드는 '담금실', 이를 발효·여과하는 '여과실'로 구분된다.
가장 먼저 제품동을 찾았다. 빈병이 레일을 타고 쉼 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1분에 1000병씩 선별기를 거쳐 불량 공병을 골라낸다. 적합 판정을 받은 병은 35분간 세척 과정 후 라벨링과 맥주 주입 공정으로 이동한다. 유 차장은 "6대의 폐쇄회로 카메라가 ‘스커핑’(병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 등 불량 병을 골라낸다"며 "주입 공정은 비열처리 맥주의 세균 침입 방지를 위해 외부와 분리돼 철저하게 밀폐된다"고 자신했다.
공장 내부를 돌고 있으면 구수한 냄새가 난다. 맥주 원료인 맥즙 냄새다. 맥아를 갈아 따뜻한 물을 넣고 가열해 만든다. 그만큼 맥주는 물이 중요하다. 강원공장은 1급수의 홍천강 물을 정화해 사용한다. 기존에는 암반수도 사용했지만 지금은 고갈 등 문제로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강원공장의 주력 상품은 테라와 3개월 전 출시한 켈리다. 유 차장은 "현재 테라와 켈리의 생산 비율은 7:3 정도"라고 설명했다.
맥주 공정 한눈에
견학관인 '하이트피아(HITEPIA)'로 이동했다. 하이트진로의 연혁과 역대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영상관, 시음장 등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세계 맥주관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 매년 약 2만 명의 일반 방문객이 방문했던 곳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통유리를 통해서 제조동을 살펴볼 수 있다. 사일로와 담금실 등 맥주 제조공정을 순서대로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맥주는 주원료인 보리가 저장된 사일로에서 시작한다. 기서 저장된 보리의 싹을 내 건조시키면 맥아(麥芽)가 된다. 맥아를 분쇄해 따뜻한 물을 넣고 가열하면 단맛의 맥즙(麥汁)이 만들어진다. 다음으로 맥아즙에서 쓴맛의 탄닌 성분과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자비' 과정을 거친다. 이후 냉각기로 급랭시켜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맥주가 된다.
맥주의 저장 일수는 나라마다 다르다. 유럽의 경우 4일 정도 저장하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최소 20일 이상 발효·저장한다. 현장 관계자는 "강원공장에는 모두 108개의 저장 탱크가 있는데 저장 탱크 한 대의 저장 용량은 60만 리터로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10병씩 마신다고 할 때 330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통제실(Main Control Room)에서 맥주 생산 공정을 제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선 원료투입 등 공장의 전 제조공정을 통제한다. 적은 수의 인원으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시음관에선 갓 생산해 낸 맥주를 마셔 볼 수 있다. 홍천강과 도둔산을 배경으로 켈리를 마시는 기분이 제법 괜찮았다. 신선하고 진한 맥주가 목을 타고 넘어가자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성수기보다 분주…'붐업' 기대감
최근 하이트진로 강원 공장은 켈리의 흥행으로 공장이 더 바빠졌다. 현장 관계자는 "보통 한가지 브랜드만 밀면 생산 역시 하나에만 집중하는데, 지금은 테라의 생산량이 유지되는 가운데 켈리까지 더해져 체감상으로도 (생산량이) 증가했다"며 "두 브랜드 모두 생산하고 있어 성수기보다 더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모습을 청신호로 볼 수 있다. 하이트진로에게 이번 여름이 중요하다. 맥주 시장 1위를 두고 경쟁사 오비맥주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서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켈리 쌍두마차로 2012년 오비맥주에 내준 시장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테라의 시장 점유율은 30% 후반대다. 켈리의 점유율을 10%로 끌어 올리면 오비의 카스 프레시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이트진로가 공장까지 공개하며 켈리 '붐 업'에 나선 이유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첨단 설비를 도입한 하이트진로는 90년의 맥주제조 노하우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맥주제조 기술을 보유 중"이라며 "과거에는 독일, 일본으로 기술을 배우러 다녔지만 지금의 강원공장은 외국 양조 기술자들도 견학을 올 정도로 설비와 제조 노하우 면에서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