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남' 김동선 전무가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신설법인 한화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면서다. 푸드테크(Food-Tech)를 유통사업(호텔·백화점·외식)분야에 적용해 신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한화가는 승계작업이 한창이다. 김 전무가 '유통·로봇' 시너지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통과 로봇의 '결합'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다음달 초 출범하는 한화로보틱스 주식회사(가칭)의 2대 주주가 됐다. 한화로보틱스에 21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함께 투자하는 조인트벤처(JV) 형태다. 기존 한화의 로봇 사업 중 협동로봇·무인운반로봇(AGV) 사업부를 분리해 신설법인을 만들었다. 지분 구조는 한화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 32%다.
그동안 김 전무는 신사업 발굴에 주력해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과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을 겸임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가 이 정도의 투자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한화로보틱스의 협동로봇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협동로봇은 바리스타 로봇처럼 사람과 로봇이 협력해 조리가 가능한 로봇이다. 외식과 더불어 호텔, 백화점 등 여러 유통 계열사에서의 활용이 점쳐진다.
현재 푸드테크는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식품 산업에 로봇 등 여러 혁신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제는 로봇뿐 아니라 AI(인공지능), 사물인터넷까지 접목되며 산업은 점차 확장되는 추세다. 식당이나 식품 제조 공장, 식료품 유통업체 등에서 주로 활용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푸드테크를 여러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진행했던 것"이라며 "로봇은 외식 서빙과 건물 관리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고 빅데이터는 식품 재고와 유통 관리에서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회사가 생기지 않은 단계라 구체적인 기술 수준은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왜 로봇 점 찍었을까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2월 기존 서빙로봇사업부를 독립법인인 '비로보틱스'로 분사하고 서빙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할리스 등 카페, 식음매장에서도 키오스크와 서빙 로봇 보급이 확대되며 로봇 활용도가 높아졌다. 이마트와 교촌 치킨 등 조리 및 물류 시설에서도 속속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조원에서 지난해 2조2000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25년에는 6조4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이 매년 40% 이상 성장해 2025년 6조88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막내 챙기기'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현재 한화는 계열사 재편을 통해 장남(김동관)은 태양광·방산·화학, 차남(김동원)은 금융, 김 전무는 유통·호텔을 각각 관할하는 쪽으로 후계구도를 정리하고 있다. 유통은 타 산업보다 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삼형제 간 균형을 위해 로봇 사업을 김 전무에 위임했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김 전무의 어깨도 무거워진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로봇과 백화점·리조트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며 "외식과 유통 물류부분에서 큰 역할이 기대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로봇은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히는 만큼 아직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김 전무에게 이를 맡겨 잘 키워보라는 의중이 담겨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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