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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제' 바꿔도 똑같네…올해도 반복되는 '밀크플레이션'

  • 2023.10.19(목) 06:50

원유값 인상에 카페 등 우유 가격 올라
계약기간 지나면 카페메뉴 가격인상 예상
용도별 차등가격제에도 유업계 부담 여전
쿼터제 폐지·정부 지원책 강화 목소리 커져

한 대형마트에 있는 우유 진열대/사진=김지우 기자 zuzu@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흰우유 가격이 인상된 데 이어 아이스크림·카페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올해는 원유가격차등제가 처음 시행되면서 부담이 덜해질 것이란 예상이었지만, '밀크플레이션'을 막지 못했다.

우윳값 부담 늘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백미당'은 지난달 26일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34가지 메뉴의 판매가를 200~500원 인상했다. 백미당 측은 "최근 원유대 인상 및 인건비, 물류비 상승 등 가격 압박 요인이 지속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인상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우유 대리점, 납품업체들도 최근 지역 카페들에 납품하는 우유 가격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에서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이달 1일부터 서울우유 대리점에서 납품받는 밀크마스터 1000㎖ 가격이 2150원에서 2300원으로 150원 올랐다"고 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한 대리점에서 공급하는 서울우유 '나 100'은 기존 2600원에서 200원 인상됐다. 브랜드 우유를 사용하는 카페들도 매일우유 '바리스타 우유'가 2100원에서 2250원으로, 연세우유는 2100원에서 2300원으로 인상됐다고 말한다. 우유 납품가는 지역별 대리점이나 공급업체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인상된 것으로 보인다.

커피 프랜차이즈들도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도 국내 주요 유업체로부터 우유를 공급받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서울우유, 매일유업, 연세우유 제품을 사용한다. 투썸플레이스·이디야커피는 서울우유, 탐앤탐스는 남양유업, 폴바셋은 매일유업으로부터 우유를 공급받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통상 브랜드들은 유업체와 1, 2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당장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계약종료 시점에 맞춰 가격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역시나

원유 가격은 해마다 올랐다. 이는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 생산비용이 오르면 유업체가 구매하는 원유 가격도 오르는 제도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의 유가공업체들은 '원유 쿼터제'에 따라 매년 축산농가와 계약한 물량을 의무적으로 사야 했다. 유가공업체들은 재고가 남으면 이를 분유로 만든다. 분유로 재생산하는 비용이 들지만, 분유로 제형이 바뀌는 순간 가격은 떨어진다. 국산분유는 수입분유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낮다보니 손실로 남게 된다는 게 유업계의 설명이다.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그래픽=비즈워치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면서, 올해부터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도'를 시행해 원유가격 결정체계를 개편했다. 원유는 크게 '음용유(흰 우유, 발효유 등을 만드는 원유)'와 '가공유(치즈, 버터, 분유 등을 만드는 원유)'로 나뉜다. 올해는 쿼터의 88.6%만 음용유 가격을 적용하고, 4.5%는 가공유 가격을 적용했다.

또, 우유 소비 상황과 농가 생산비를 고려해 생산비 상승분의 60~90%를 원유가격에 반영했다. 작년이었다면 원유가격이 리터당 104~127원 올라야 하지만, 올해는 69~104원 범위로 인상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지원책 강화 목소리

차등가격제 도입도 수요공급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쿼터제에 따라 일정량을 구매했지만, 공급에 비해 시장에서 소비되는 물량이 적어 손실로 남는다는 게 유업계의 공통된 말이다. 영유아수 감소, 우유 대체음료 시장 확대 등과 더불어 국산 우유보다 저렴한 멸균유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유가공업계에서는 '원유 쿼터제'를 개선하거나 정부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가공업계 관계자는 "올해 용도별 차등가격제도가 마련됐지만, 쿼터제에 의해 여전히 마이너스인 구조"라며 "쌀처럼 원유도 국가에서 일정 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유가공업체들도 해결책을 찾지 않은 건 아니다. 남은 원유를 유통채널의 PB(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위탁생산해 만든 자체브랜드·private brand)우유로 돌리거나 탈지분유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탈지분유는 가공비가 들고 수입산에 비해 약 3~4배 비싸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PB우유 역시 수익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생산량을 줄이면 되지 않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자칫하면 국내 낙농산업의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오는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 우유가 무관세로 수입될 예정이다. 국산 우유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하는 이유다.

/그래픽=비즈워치

유통마진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정책브리핑 설명에 따르면 흰 우유 가격은 낙농가가 생산하는 원유가격뿐만 아니라 유업체의 인건비, 유류비, 판매관리비 등의 비용과 유통업체 마진으로 구성된다. 흰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수요자뿐만 아니라 유통 효율화 등 유통 분야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지원책 강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실 관계자는 "국내 낙농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유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배합사료 비용과 인건비 등의 농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유가공업체 지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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