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다이소에 방문해서 깜짝 놀랐다. 올리브영에서 3만2000원에 판매하는 VT 리들샷(리프팅 세럼) 제품이 다이소에서는 고작 3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올리브영은 50ml 한 개, 다이소는 2ml 6개가 들어간 제품"이라며 "성분도 같은데 가격이 훨씬 저렴해 올리브영에선 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소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10대 학생들이 주로 구입하는 저가 화장품만 판매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다이소의 뷰티 브랜드 구색이 강해지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다이소가 뷰티 상품군을 늘리기 시작하면 올리브영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뷰티 힘 주는 다이소
20일 다이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기초·색조화장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0% 신장했다. 현재 다이소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 수는 지난 9월 기준 기초화장품 13개, 색조화장품 4개, 남성화장품 1개 등 19개다. 판매 품목만 총 190여 개에 달한다. 현재 '균일가 브랜드 뷰티용품'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네이처리퍼블릭, 클리오, 투쿨포스쿨 등 인지도 있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뷰티 브랜드와 직접 손을 잡고 협업 상품을 내놓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사인 '더샘'과 함께 선보인 파운데이션, 컨실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에는 색조 전문 브랜드 '입큰(IPKN)'과도 손을 잡아 화제가 됐다. 다이소는 제품을 500원부터 5000원까지 균일가로 팔고 있다. 이들 화장품 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뷰티 상품들의 디자인 역시 트렌디하게 바뀌고 있다. 기능성을 강조하면서도 심플하다. 이 덕분에 기존 10대 학생층뿐 아니라 직장인인 2030세대도 몰리고 있다. 이미 다이소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SNS상에서 '뷰티' 성지로 통한다. '다이소 화장품만으로 메이크업 하기', '다이소 뷰티 신상품 소개' 등 콘텐츠가 줄을 잇고 있다.
뷰티 확장하는 이유는
다이소가 소비자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연 가격 덕분이다. 다이소는 유통 단계를 최대한 줄이고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춘다. 애초에 균일숍이라는 점을 이용해 가격을 정해두고 제조사들과 협상을 진행한다. 이런 박리다매를 전략을 통해 마진을 얻는다. 다이소는 이를 뷰티 상품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리브영이 비교선상에 놓이기도 한다. 앞서 VT 리들샷 제품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리들샷의 제조사인 VT 코스메틱에 따르면 올리브영과 다이소 양사에서 팔리는 VT 리들샷 제품은 배합을 달리했을 뿐 성분과 기능에는 차이가 없다. 이외에도 쿠션과 아이라이너, 아이브로우, 틴트 등 제품들도 거론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올리브영과 다이소의 상품을 비교 분석해 이를 공유하기도 한다.
다이소는 현재 전략 상품으로 뷰티를 점찍고 있다. 목표는 수익성이다.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2조9457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감소했다. 최저임금 상승과 원재료 인상 등의 여파다. 마진이 높은 뷰티 상품은 이런 상황에서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저가에 팔아도 남는 장사가 가능하다.
'올영 vs 다이소' 구도 나올까
다이소의 뷰티 사정권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곳은 올리브영이다. 일각에서는 다이소의 성장이 올리브영의 잠재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의 가격 포지션은 중저가다. 앞으로 다이소에게 저가 포지션을 서서히 잠식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다이소는 홍대점 매장 한층의 절반가량을 대형 뷰티 매대로 꾸렸다.
무엇보다 고물가 고금리 등 불황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다이소의 채널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이소를 바라보는 뷰티 제조사의 시선이 달라지는 추세다. 특히 과거 올리브영에 밀렸던 화장품 로드샵들이 다이소에 입점하고 있다. 올리브영 입장에서 썩 좋은 상황이 아니다. 특히 양사 모두 수익 기반이 오프라인 매장에 집중돼 있다. 이미 양측은 지하철역 등 주요 번화가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경쟁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다이소의 뷰티 확장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균일가라는 채널 이미지도 걸림돌이다. 다만 소비자의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두 매장을 모두 둘러보고 제품을 사는 분위기가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다이소는 생활용품을 주력으로 상품을 대거 늘려왔지만 최근 식품과 뷰티 등으로도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뷰티 상품군을 늘려 매장 집객력을 높이고 마진율을 개선하려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파이를 나눠야 하는 올리브영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