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이 국내 유일의 '글로벌 권역 풀필먼트' 센터인 인천 GDC(GIobal Distribution Center)를 공개했다. GDC는 소비지역 인접 국가에 미리 제품을 보관한 후 국가별 주문에 맞춰 포장·발송하는 물류센터다. 예컨대 일본에 있는 소비자가 모바일로 미국 쇼핑몰에서 영양제를 주문하면 인천 GDC에서 해당 제품을 발송하는 식이다. 인천 GDC의 경쟁력은 단연 '속도'다. 로봇·데이터 등 첨단시설을 센터에 대거 접목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앞으로 이 GDC 역량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국경을 뛰어넘는 CBE(Cross-Border Ecommerce, 글로벌 전자상거래)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9년 GDC 사업을 개시했다. 현재 건강 라이프 쇼핑몰 '아이허브'를 대상으로 이런 글로벌 물류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류 로봇 시스템 '오토스토어'를 도입해 포장·발송 시간을 줄이는 최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로봇·데이터로 무장한 인천 GDC
지난 9일 방문한 인천 GDC 물류센터의 첫인상은 마치 '미래 도시'를 방불케 했다. 내부에 발을 들이자 16단으로 쌓인 보관공간 위로 140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로봇은 큐브 형태의 바구니들 위로 빠르게 지나가다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 이후 로봇은 와이어를 내려 바구니 한 개를 끌어올렸다.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이 담긴 바구니다. 로봇은 이 바구니를 건너편 작업자에게 전달했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최근 센터 내 약 1895평 규모의 공간을 증축해 도입한 오토스토어다. 소비자 주문이 들어오면 실시간으로 로봇이 움직여 물건이 담긴 Bin(보관 바구니)을 꺼내 출고 스테이션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제품이 사람을 찾아가는 'GTP(Goods-To-Person)' 방식이다. 작업자 앞에 놓여 있는 화면에는 물건의 크기, 개수에 맞춰 최적 박스가 나타난다. 작업자는 해당 박스에 소비자 주문 정보에 맞춰 제품을 넣기만 하면 된다.
오토스토어는 스스로 재고를 재배치하는 역할도 한다. 피킹 로봇이 돌아다니며 주문량이 많은 물건들을 위쪽에 알아서 배치시킨다. 이경진 CJ대한통운 CBE 운영팀장은 "출고 빈도가 높은 제품을 상단에 배치해 로봇이 물건을 가져오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철제 선반에 팔렛트 단위로 보관하는 '랙방식' 보다 공간을 더욱 촘촘히 활용할 수 있어 보관 효율성과 출고 처리 능력이 각각 4배 2.8배 높다"고 설명했다.
'QpS'도 인천 GDC의 물류 효율을 높이는 첨단 시스템이다. 이는 OTP(Order-To-Person)' 방식으로 주문 정보가 입혀진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작업자를 찾아간다. 이후 작업자는 주문정보 확인 후 본인 앞에 놓여 있는 제품을 박스 안에 넣기만 하면 된다. 이 팀장은 "다음달부터는 QpS와 오토스토어를 본격적으로 함께 운영함으로써 당일 최대출고량이 기존 2만 상자에서 3만상자로 1.5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노동집약 산업이라는 '편견'
인근에선 '제함기'들이 쉴 새 없이 박스를 접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크기가 서로 다른 7 종류의 박스들이 제함된다. 이 팀장은 "소비자 주문에 맞춰 7종 중 가장 적합한 크기의 박스가 자동으로 선택되어 접힌다"며 "박스 내빈 공간을 최소화하고 바코드 라벨 대신 '오징어먹물'식 잉크를 사용해 불필요한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 년부터 현재까지 인천 GDC에서 대체한 코팅라벨은 약 2200만장에 달한다.
이후 제품이 담긴 박스는 검수 공간으로 이동한다. 박스가 컨베이어에 설치된 중량검수대를 지나는 즉시 화면에 무게가 표시된다. 검수대는 이미 데이터화 한 제품별 무게 정보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이 알맞게 들어갔는지 확인한다. 중량 검수에서 정상 처리가 되면 3D 스캐너가 박스내 빈 공간을 측정해 최적량의 완충재를 자동으로 넣는다. 박스 테이핑, 송장 부착 작업도 모두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후 '휠소터'가 국가별로 분류하면 작업자들이 간선 차량에 박스를 싣는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간선차랑들은 인천공항으로 이동하여 각 국가별 노선에 맞춰 발송된다. 이 팀장은 "인천 GDC는 6117평 규모로 5백만 개 이상의 제품을 보관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 받은 제품들이 보세상태로 보관돼 있다가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태평양 4개 국가 소비자가 주문하면 수출통관과 물류과정을 거쳐 항공으로 운송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GDC 방식은 배송시간과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상품을 보낸다면 미국에서 직접 발송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발송하는 것이 지리적 근접성이 뛰어나서다. 현재 CJ대한통운은 중동 지역 인근 국가로 발송하는 '사우디 GDC'도 구축하고 있다. 인천 GDC 운영 경험을 십분 살려 아이허브와 협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성장하는 CBE 물류...시장 공략 박차
영국 물류시장 리서치 기업 TI(Transport Inteligence)에 따르면 전세계 CBE 물류시장은 2026년 1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1년 97조원 대비 83.5% 증가한 규모다. 특히 한국 CBE 물류시장 규모는 2021년 1조1000억원에서 2026년 1조3000억원으로 약 21.4%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많은 물류 기업들이 한국에 GDC, 국제특송장 등을 확보하는 등 CBE 물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CJ대한통운은 GDC 사업 확대가 CBE 물류시장을 견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해외 현지에 직접 진출했다. 이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데다 리스크도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대신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는 국가에서 GDC 운영을 펼치는 곳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은 GDC 운영역량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CBE 물류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의 해외 직구·역직구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구매 규모는 약 6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약 3조16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해외직구 규모는 2020년 4조1000억원에서 2022년 5조3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알리바바,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경진 팀장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100조를 넘어섰고 여기에 따르는 물류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이 시장에 CJ대한통운이 뛰어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일 앞서 있는 곳이 인천 GDC센터"라며 "최적화된 첨단기술 확대로 글로벌 CBE시장의 '탑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