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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T커머스, '생방송 허용' 두고 갈등 폭발

  • 2024.03.06(수) 10:25

정부, T커머스 규제 완화 움직임
T커머스 "찬성" VS TV홈쇼핑 "반대"
시장 침체로 파이 축소…경쟁 치열

그래픽=비즈워치

T커머스(데이터홈쇼핑)의 생방송 허용 여부를 두고 T커머스 업계와 TV홈쇼핑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T커머스 측은 동일한 홈쇼핑 방송인데도 생방송 금지 등의 규제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반면 TV홈쇼핑 측은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역할이 구분돼있고 규제를 완화할 경우 경쟁이 과열돼 시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TV홈쇼핑·T커머스 뭐가 다르기에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방송학회는 지난달 29일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교수, 변호사 등이 참여해 "(T커머스의 생방송을 허용하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경은 기업의 불확실성 증대 및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방송학회는 지난해 12월에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토론회를 연 바 있다.

TV홈쇼핑업계가 이처럼 여론전에 나선 것은 정부가 T커머스의 생방송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차이를 크게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둘의 차이는 크다.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모두 방송법상 방송채널사업자다. 홈쇼핑으로 승인을 받아 상품 소개와 판매를 한다. TV홈쇼핑의 경우 TV방송채널사업자로 아날로그 TV를 기반으로 한다. 반면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채널사업자로 디지털TV 기반의 양방향 방송을 한다.

한국방송학회가 2월 29일에 'TV홈쇼핑과 데이터홈쇼핑의 역무 구분과 홈쇼핑 산업 발전 방안'에 대한 토론최를 개최했다. / 사진=TV홈쇼핑협회

따라서 T커머스는 상품 영상이 전체 화면의 절반을 넘을 수 없다. 영상을 제외한 나머지 화면에는 이미지, 선택메뉴 등의 데이터로 채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TV홈쇼핑은 생방송이 가능하지만 T커머스는 녹화방송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T커머스는 지난 2005년 처음 시행됐지만 본격적인 방송 송출은 2015년에야 이뤄졌다. 이때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T커머스의 화면 비율 및 생방송 금지 규제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규제 개혁을 내세우며 T커머스의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주무부서인 과기부는 지난해 6월 T커머스협회에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연말에는 주요 TV홈쇼핑업체들과 만나 T커머스 생방송 송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산업 발전 저해하는 규제

T커머스가 생방송 송출 금지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관련 규제가 법으로 명문화돼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의 가이드라인에는 '영상이 주가 되는 생방송은 데이터방송 개념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T커머스에 생방송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역할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법령 해석인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T커머스 측의 입장이다. TV홈쇼핑 외에도 많은 방송사업자들이 생방송 송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유독 T커머스만 예외인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이다.

화면 비율 규제 역시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역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만들어졌다. T커머스는 TV홈쇼핑처럼 전체 화면을 상품 영상으로 송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 화면 비율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요한 경우 상품을 더 자세히 보여주거나 다양한 UI를 선보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T커머스 측의 설명이다.

T커머스업계는 이 규제들 때문에 T커머스 시장이 제대로 크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T커머스 5개사가 거둬들인 영업이익(227억원)은 TV홈쇼핑 6위 사업자인 홈앤쇼핑의 2022년 영업이익보다도 작다.

역할 구분 위해 규제 필요

이들 규제는 모두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T커머스는 TV홈쇼핑과 T커머스 모두 소비자에게 동일한 홈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TV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와 역할을 구분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V홈쇼핑 업계는 T커머스에 생방송을 허용할 경우 양측의 경계가 흐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경계가 흐려지면 좋은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송출수수료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TV홈쇼핑 업계의 주장이다. 이때문에 판매수수료율이 인상되면 납품업체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업체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자 숙제다. 지난 2019년 1조5497억원이었던 홈쇼핑업들의 송출수수료는 2022년 1조9065억원으로 늘었다. 이는 방송 매출액의 65.7%에 달한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송출 수수료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또 TV홈쇼핑 사업자들이 방송발전기금을 더 많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T커머스에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TV홈쇼핑 사업자들은 방송영업이익의 13%를 발전기금으로 내고 있다. 반면 T커머스업체들은 10%만 낸다. 현재 T커머스업체들은 영업이익이 크지 않아 실제로 부담하는 발전기금 규모는 TV홈쇼핑 업체들보다 훨씬 적다.

저무는 홈쇼핑

이처럼 TV홈쇼핑과 T커머스의 갈등이 깊은 것은 홈쇼핑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있어서다. TV홈쇼핑 시장은 TV 시청자가 감소한 탓에 이미 수년 전부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잠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엔데믹' 이후 다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홈쇼핑 시장이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실상 TV홈쇼핑과 T커머스가 줄어든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T커머스의 규제 완화를 두고 TV홈쇼핑 업계와 T커머스 업계가 첨예한 대립을 펼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TV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그동안 별개였던 서비스가 동일해지면 과열 경쟁 등으로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T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T커머스와 같은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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