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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본격화…홈쇼핑업계 '울상'

  • 2024.05.21(화) 17:14

중소기업계 "소상공인 판로 확대"
홈쇼핑업계 "과열 경쟁 부추겨"…반발

/그래픽=비즈워치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을 추진하면서 홈쇼핑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홈쇼핑 시장이 심각한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신규 채널이 추가되면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중기 전용 채널 없는 T커머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2차 국민통합위 전체회의 겸 성과보고회에서 소상공인 대상 TV 판로 확대를 제안했다.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위는 지난 3월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들 중 하나로 소상공인 TV 판로 확대를 건의했다.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TV홈쇼핑 판로, 즉 전용 T커머스를 만들어달라는 의미다.

정부뿐 아니라 야당도 중기 전용 T커머스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공약에 "중소기업‧소상공인 판로 확대 위한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여야 모두 중기 전용 T커머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올해 신규 T커머스 추가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당시부터 중기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요구해왔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제안센터에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가 제출한 건의문을 살펴보면, 중소기업계는 100% 중기 상품만 편성한 T커머스 채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홈쇼핑사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 판매액과 관계없이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정액 수수료' 편성이 없어야 하고, 중기 상품 수수료율 상한제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커머스의 경우 10개 사업자 중 9개가 대기업에 속해있어 중소기업을 위한 추가 T커머스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생각이다. 또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TV홈쇼핑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이 T커머스 채널 사업권을 승인 받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홈쇼핑 시장 어려운데...

하지만 홈쇼핑 채널을 늘리는 것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판로 확대에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통상 홈쇼핑 방송에서는 대량의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

게다가 이미 TV홈쇼핑과 T커머스는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 TV홈쇼핑과 T커머스가 정부로부터 승인 받아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공적 역할이 필수적이어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7개 TV홈쇼핑사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비율은 지난 2022년 72.5%로, 전년보다 2.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과기부가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2022년 10개 T커머스의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도 71.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반면 판매수수료율은 낮아지고 있다. 7개 홈쇼핑사의 2022년 중소기업 상품 실질 판매수수료율은 29.1%로 전년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10개 T커머스의 수수료율도 31.3%로 전년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홈쇼핑 시장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TV홈쇼핑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홈쇼핑사의 합산 취급고는 20조2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줄었다. 지난해 7개 홈쇼핑사 방송 매출액 합산은 2조7289억원으로 2012년(3조286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합산 영업이익도 3270억원으로 전년보다 34.9%나 줄었다.

T커머스도 마찬가지다. T커머스 단독 사업자 5개사의 지난해 취급고는 4조2115억원으로 전년보다 2.4% 감소했다. 전체 매출액은 1조1615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T커머스 5개사의 취급고와 매출액 합산이 역신장한 것은 출범 이래 처음이다. 5개사 합산 영업이익도 226억원으로 2020년(851억원) 정점을 찍은 이후 3년 연속 줄어들었다.

신규 채널 추가 시 송출수수료 인상 등 과열 경쟁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TV홈쇼핑 관계자는 "이미 홈쇼핑사들이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설 채널을 추가하는 것은 위기에 몰린 업체들의 경쟁만 부추기고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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