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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금용 소주'와 '참이슬·처음처럼'은 뭐가 다를까

  • 2024.03.17(일) 13:00

[생활의 발견]대용량 담금용 소주의 진실
과당·대체당 함량 적어 덜 단 맛 나

그래픽=비즈워치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대용량 소주

어느 주말인가의 일입니다.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주류 코너를 둘러봤습니다. 평소 집에서는 소주를 잘 마시지 않아 소주 코너는 늘 스쳐지나가는 곳이었는데요. 이 날은 왠지 눈길이 가더군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 롯데칠성의 '처음처럼'과 '새로'가 놓여진 매대 사이에 또다른 '소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담금용 소주'였죠.

생각해 보면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던 술인데,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당장 집에도 위스키에 귤을 넣어 절여 둔 담금주가 있고 할머니 댁에도 늘 더덕을 담가 둔 담금주가 있을 만큼 친밀한 술이 담금주인데도 말이죠.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요즘도 담금주를 만들어 드시는 분들이 많죠. 조금 오래 됐다 싶은 식당에 가면 어김없이 온갖 약재나 과일을 넣어 만든 담금주가 벽 한 쪽을 장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금용 소주는 그냥 마시면 안 되는 걸까?

담금용 소주가 일반 소주와 같다면, 사실 이건 소주보다 훨씬 저렴한 '벌크 소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집에서 소주를 자주 드시는 분이라면 이런 담금용 소주를 구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이게 '소주 맛'도 모르는 애송이의 생각일 수도 있죠. 그래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소주와 담금용 소주는 맛도 성분도 다를까.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 낱낱이 파헤쳐 보기로 합니다.

독하다 독해

우선 담금용 소주의 종류부터 대략 알아보겠습니다. 여러 브랜드들이 담금용 소주를 내놓고 있는데요. 이름은 다 비슷하지만 사실 성분은 워낙 제각각입니다. 희석식 소주와 비슷한 제품이 있는가하면 증류식 소주에 준하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한 건 평소 마시는 참이슬·처음처럼과 비슷한 제품이겠죠.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담금용 소주는 알코올 도수 25~35도 제품입니다. 참이슬은 30도 제품을 판매 중이고 처음처럼은 25도와 30도, 35도로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담금소주/사진제공=롯데칠성

도수가 월등히 높은 만큼 그냥 마시면 훨씬 독하겠죠. 그나마 25도 제품이라면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옛날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만 30도나 35도로 가면 일반 소주처럼 '원샷'을 하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담금주의 도수가 높은 건 일반적으로 과일이나 약재를 넣어 오래 보관하기 때문입니다. 술을 담가 두면 과일과 약재에서 수분이 나와 자연스럽게 도수가 낮아지는데, 이 때 도수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미생물이 번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16도짜리 일반 소주로 담금주를 만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 부족해

그럼 담금주에 물을 타 적당히 희석하면 소주와 같은 맛이 날까요? 30도짜리 담금주라면 물을 1:1로 섞으면 15도가 되겠죠. 현재 일반적으로 팔리는 소주가 16~16.5도니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위스키를 '언더락'(얼음이 담긴 잔에 술을 넣어 마시는 방법)이나 '미즈와리'(물을 넣어 희석해 마시는 방법)로 마시는 것처럼 30~35도짜리 담금주도 이렇게 희석해 마시면 되지 않을까요.

이 경우 알코올 도수는 소주와 비슷하게 맞출 수 있지만 '맛'에선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담금용 소주는 일반적으로 바로 마시는 용도가 아닌, 과일 등을 넣어 마시기 때문에 감미료를 소주보다 적게 넣습니다. 과일에서 단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굳이 감미료를 많이 넣을 필요가 없는 거죠.

한 대형마트의 담금용 소주 코너/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증류식 소주' 유무도 차이가 있습니다. 롯데칠성의 처음처럼·새로나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등에는 소주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증류식 소주가 첨가돼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처럼 담금주의 경우 30, 35도 제품에는 증류식 소주를 넣지 않았죠. 어차피 향과 맛이 강한 약재나 과일을 넣는다면 증류식 소주의 풍미가 살지 않으니, 무의미한 첨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다만 맛은 조금 떨어질지언정, 가성비는 압도적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서 360㎖ 소주 1병 가격이 1350원 안팎이고 1.8ℓ 페트 소주 가격은 4800원 선입니다. 반면 30도짜리 담금주 1.8ℓ 페트 가격은 6200~6500원, 35도 제품은 7200원 안팎입니다. 도수가 2배 높은 반면 리터당 가격은 거의 비슷하죠. 맛보다는 '취하는 게' 목적인 음주라면 담금주를 적당히 희석해 마셔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기왕이면 맛 밸런스가 잡힌, 그대로 마시도록 나온 소주를 마시는 게 좋습니다. 취하기 위한 음주보다 즐기기 위한 음주가 좋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담금용 소주는 품질이 떨어지는 원재료를 썼다거나, 그냥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고 오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담금용 소주도, '소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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