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가 최근 한국과 중국의 대표이사를 맞바꿨다. 중국사업을 이끌던 최경 부회장이 한국법인 대표로, 한국법인 대표였던 심상배 부회장이 중국법인으로 이동한다. 두 부회장이 각 지역에서 쌓은 성공 경험을 교차 이식하기 위해서다.
韓中 대표 상호 교환
코스맥스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코스맥스차이나 대표에 심상배 코스맥스 대표(부회장)를, 코스맥스 대표에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한국법인 대표를 중국으로 보내고, 중국법인 대표를 한국으로 불러들이는 인사다.
같은 날 오전 열렸던 코스맥스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심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없이 최 대표의 사내이사 신규선임 건만 상정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심 대표가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코스맥스의 선택은 두 대표의 역할 맞바꾸기였다.
이번 인사는 코스맥스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 한국과 중국의 대표이사를 맞바꿔 분위기를 전환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코스맥스는 수년째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1조7775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1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9% 늘었다.
그러나 해외 사업은 현지 상황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지난해에는 중국과 미국 법인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등 부진했다. 이에 코스맥스는 최 대표와 심 대표가 한국과 중국에서 쌓은 경험을 다른 지역에 옮겨심어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중국통 최경 대표
한국법인을 맡게 된 최경 대표는 지난 20년간 코스맥스의 중국사업을 이끌어 왔다. 최 대표는 코스맥스가 국내 화장품 ODM업계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2004년 당시 시장조사부터 법인 설립까지 맡았다. 법인 설립 이후에는 총경리로 중국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최 대표는 한국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돕는 한편, 중국 현지 고객사 영입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상하이 공장 가동으로 첫 현지 생산 체계를 마련했고, 2010년에는 광저우 법인도 설립했다. 2023년에는 중국 이센그룹의 브랜드 제품을 모두 생산할 합동 공장도 가동했다.
최 대표가 중국 사업을 이끄는 20년간 중국 시장 생산량은 연간 약 14억개 수준으로 증가했다. 2006년 15억원이었던 코스맥스차이나 매출은 2021년 631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코스맥스차이나 공장이 미국 FDA에서 일반의약품(OTC) 제조 승인을 취득하도록 해 중국 현지 고객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교두보도 마련했다.
최 대표는 '중국통'으로서 국내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 중국을 발판 삼아 동남아시아까지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K뷰티 전문가 심상배
심상배 대표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부터 물류, 연구·개발 분야까지 두루 경험한 화장품 산업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코스맥스그룹에 합류해 2021년 코스맥스 대표에 선임됐다.
심 대표는 코스맥스의 제조업자브랜드개발(OBM, Original Brand Manufacturing) 사업을 더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OBM은 고객사에게 제품 개발, 생산뿐만 아니라 브랜드,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심 대표는 취임 후 이병만 당시 코스맥스 대표(현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의 '디지털 전환' 구상에 따라 OBM 사업을 온라인까지 확대했다. 코스맥스는 이를 통해 많은 인디 브랜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스마트팩토리도 구축하고 있다. 인디 브랜드 고객사 확대에 힘입어 코스맥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매출 1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심 대표는 인디 브랜드 OBM 사업을 중국 시장에서도 이어갈 예정이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중국 사업 매출액이 전년보다 2% 감소하며 주춤한 상황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중국 전문가인 최 대표가 국내 고객사를 위해 까다로운 중국 진출을 도울 예정"이라며 "심 대표 역시 K뷰티 부흥기를 이끈 전문가로서 중국 사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