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요리 자주 하시나요? 갈수록 오르는 외식 물가에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드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저는 집에 김치, 캔 햄 등의 가공식품을 쟁여두고 나면 마음이 참 든든하더라고요. 식탁 위를 채울 각종 음식들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방금 막 개봉한 가공식품에서 이물이나 변색 등이 있다면 무척 당황스럽겠죠. '먹어도 되나' 왠지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사람이 먹는 식품에 이물질이나 변색이 발견되면 찜찜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공식품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이물질이나 변색이 인체에 무해한 자연현상인 경우도 많은데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이런 오해를 풀어볼까 합니다.
점박이 배추김치, 정상이라고?
배추김치, 많이들 사 드실텐데요. 가끔 포장 배추김치의 배추를 보면 까만 점들이 총총 박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까만 점은 배추 깨씨무늬(깨알박이)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배추 깨알박이 현상은 배추가 자라는 과정에서 단백질 구성 원소인 질소가 너무 많이 공급되거나 부족할 때 나타난다고 합니다.
배추에 질소가 과다 흡수될 경우 충분히 대사하지 못하거나 수확 직전에 질소 성분이 부족하면 발생합니다. 이따금씩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해 변질된 배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인체에 무해해 안심하고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게 국립원예특작과학원과 업계의 설명입니다.
한편 파우치 형태의 김치를 개봉했는데 하얀색 알갱이가 묻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가스흡수제가 흘러나온 것일 수 있습니다. 가스흡수제엔 하얀 알갱이 형태의 수산화칼슘이 채워져 있습니다. 가스흡수제를 넣는 이유는 김치의 특성 때문인데요. 김치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에 제품 생산 이후 유통·보관 과정에서도 숙성이 진행됩니다. 식품사에서는 김치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발효 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가스흡수제를 파우치 포장재 내부에 부착하고 있습니다.
제품 포장을 개봉할 때 칼, 가위 등으로 절취선 아랫부분을 자를 경우 가스흡수제가 함께 잘려 수산화칼슘이 제품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혹여 수산화칼슘이 김치에 묻었더라도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데요. 수산화칼슘은 식약처에서 식품 첨가물로 분류합니다. 그렇더라도 가스흡수제가 안 묻은 김치가 보기에도, 먹기에도 좋겠죠. 가스흡수제가 파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제품 개봉 시 점선을 따라 자르도록 표시하고 있습니다.
'검은 반점' 쌈무와 '까만' 고추장
다른 가공식품들도 살펴볼까요. 쌈무나 단무지에서 간혹 검은 반점이나 검은 선이 박혀 있는 것을 보신 적 있을까요. 자칫 이물질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는 무의 생육 환경에서 발생하는 '흑심증'이라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흑심증은 무가 성장하는 땅의 온도가 높거나 땅이 단단해 산소가 부족할 때 붕소, 인산 등의 영양소가 결핍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원료인 무가 자라는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자연현상인 만큼 섭취하더라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제품 포장에 '무에 있는 검은 심줄이나 반점은 이물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곤 합니다.
소비자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는 무를 최대한 선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제조과정에서 무의 중심부나 제품이 겹쳐져서 확인이 어려운 경우 선별되지 못해 간혹 제품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해명입니다.
요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류도 색상이 까매지거나 어두워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추장, 된장, 쌈장 등 장류 제품은 발효음식인 만큼 제품 생산 이후인 유통과정에서도 숙성이 진행됩니다.
숙성도에 따라 기존에 알던 장류보다 색이 까맣거나 어둡게 보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제품의 색이 진해지는 것은 숙성과정에서 아미노산과 당 성분이 반응한 결과인데요. 특히 주변 온도가 높을수록 숙성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장류 제품 포장엔 직사광선을 피해 실온보관하고, 개봉 후 냉장보관을 권장하는 안내문구가 붙습니다.
캔햄의 속사정
스팸 등 캔햄 제품을 뜯었을 때 햄의 모서리(가장자리) 부문이 노란 현상을 종종 발견하는데요. 제품이 상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캔 모서리 부분에 남아있는 미량의 산소가 고기와 반응해 색상이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스팸은 제조과정에서 모서리가 곡선형인 캔에 고기를 채운 후 공기를 제거해 밀봉합니다. 하지만 고기를 채우는 충진 과정에서 캔 가장자리가 곡선형으로 완만하게 채워지다보니 간혹 캔 가장자리에 미량의 산소가 남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용기에 파손이나 충격 흔적이 있거나 상한 냄새가 느껴진다면, 유통과정 중 충격을 받으면서 변질된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엔 구입처나 제조사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또 개봉 후 변질 위험이 있으니 캔햄 제품을 개봉했다면 장시간 보관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또 캔햄에서 가끔 색소가 물들어 있는 모습도 발견되는데요. 이것은 돼지고기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캔햄의 경우 도축장에서 돼지 등급 판정, 위생검사 합격 표시 등을 위한 검인 도장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인 도장은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식용색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합니다.
국내 캔햄 시장 점유율 1위인 스팸을 제조하는 CJ제일제당은 "스팸 제조 시 작업자가 원료인 돼지고기를 전수 선별 검사를 하지만, 검인 도장의 일부분이 고기 안에 파묻힌 경우 육안상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색소 부분이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맛살에서 검은 점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동원F&B에 따르면 검은 점은 주원료인 연육(생선)의 '흑막'입니다. 흑막이란 생선 내장의 복강막 또는 생선 껍질을 일컫습니다. 연육 제조 공정 중 세척, 여과 공정에서 머리, 뼈, 내장, 지느러미, 꼬리를 제거하지만, 생선의 포획 시기 및 품종에 따른 수산물의 특성(껍질의 정도 포함)상 흑막을 100%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동원F&B 관계자는 "원료에서 혼입된 흑막을 제거하기 위해 제조 시 거름망에 통과시키고 있으나 연질인 흑막 특성상 100% 제거가 불가능하다"며 "완제품에서 흑막이 종종 발견되고 있으나, 이물이 아닌 생선살의 일부이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비닐이 왜 있지
가공식품에 비닐이 들어있다는 민원도 발생하곤 합니다. 참치캔 1위 업체인 동원F&B에 따르면 김치찌개용 동원참치에 비닐이 들어있다는 오해가 발생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비닐로 보이는 물질은 '홍고추'라는 설명입니다. 김치찌개용 동원참치는 통조림 특성상 고온의 멸균 과정을 거치는데, 멸균 과정에서 홍고추의 피막이 벗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이때 소비자들은 취식 중 홍고추 피막을 보고, 비닐로 오해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CJ제일제당의 고메 토마토 미트볼과 함박스테이크 제품도 비닐이 있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는 토마토 껍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품 제조 시 고온 살균 과정을 거치는데 열처리에 의해 토마토 과육이 빠진 후 토마토 껍질이 남는 경우 주황색 비닐처럼 제품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가공식품들의 이상 현상으로 의심되는 경우와 그 원인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자연 발생에 의한 현상이 생각보다 많네요. 물론 제조사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기하고 안내하더라도, 왠지 모를 찜찜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조사들도 원료 선별 과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하니, 향후 제품이 개선돼서 소비자들의 오해를 사지 않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맛있는 한 끼 식사 하시면서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