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중국 수출이 주춤해지면서 업계의 시선이 북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국내 인디브랜드 수요 증가에 발맞춰 화장품 ODM 업체들은 인디브랜드 고객사를 확대하고 북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국 줄고 미국 늘었다
올해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은 줄어든 반면 미국 수출은 성장하고 있다. 관세청 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화장품 대(對) 중국 수출액은 11억9034만 달러(한화 약 1조1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도 3만6083톤으로 전년보다 14.2% 줄었다.
반면 미국 수출은 늘었다. 대 미국 수출액은 8억5580만달러(약 1조1395억원)로 전년보다 60.7% 증가했다. 수출량도 3만136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53.7%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 화장품의 중국 수출 감소는 중국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ODM 업체들의 중국 법인 매출도 감소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한국콜마의 중국 법인 매출은 527억원으로 작년 2분기에 비해 7% 감소했다. 한국콜마 측은 "2분기에 고객사 수는 전년보다 51% 늘었지만, 중국 경기 위축을 고려해 수익성 중심으로 경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매출 규모가 더 큰 코스맥스의 중국 법인 매출은 147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4% 줄었다. 코스맥스는 지난 6월 중국 내 화장품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15% 감소하는 등 현지 소비 위축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또 올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에 대해서도 "이번 최대 실적은 지난 분기에 이어 국내 중소 인디브랜드 화장품의 미국 및 일본 등 수출 확대와 방한 외국인 증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상황은 다르다. 한국콜마의 올해 2분기 미국 매출은 134억원으로 전년보다 61% 성장했다. 코스맥스의 미국 매출은 360억원으로 전년보다 6% 줄었다. 코스맥스 측은 "2분기 물량 일부를 1분기에 앞당겨 생산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인디브랜드들이 처음부터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 공략했다기보단 K콘텐츠 인기와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나 SNS를 통해 긍정적인 후기가 널리 퍼지면서 K뷰티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서구권 수요를 잡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브랜드 잡아라
최근 몇 년 새 국내 뷰티 시장에서 인디브랜드들이 각광 받으면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커진 상태다. 해외 수요가 늘면서 북미 수출도 증가했다. 실제 '스킨1004', '티르티르', '코스알엑스' 등 최근 K뷰티 시장에서 떠오른 인디 브랜드들은 북미 지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스킨케어 브랜드 스킨1004는 올 1분기 매출 중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서구권의 비중은 51.5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색조화장품 강자인 티르티르는 지난 4월 아마존 파운데이션 카테고리에서 1위를 기록한 뒤 6월에는 전체 뷰티 카테고리 1위에 올랐다.
2015년 미국 수출을 시작한 코스알엑스는 현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발 타격을 입은 아모레퍼시픽이 해외사업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10월 코스알엑스를 자회사로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클렌징 제품으로 유명세를 탄 '마녀공장' 역시 지난해 미국 시장 매출이 전년보다 17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엔 전년 대비 298% 성장했다.
이들 브랜드의 성장은 화장품 ODM 업체들의 실적으로 연결된다. 인디브랜드들은 통상 생산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워 화장품 ODM업체들에 제품 제조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브랜드별, 해당 브랜드의 제품별로 제조사가 다르기도 하다.
티르티르는 코스맥스, 이에스코스메틱 등으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 스킨천사 제품들의 제조사는 한국콜마, 에스알바이오텍 등이다. 마녀공장도 클라젠, 코스맥스, 엘에스화장품, 한국화장품제조 등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디브랜드가 약진하면서 화장품 ODM업체들은 유망한 인디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엔 해외 수요가 늘면서 한국콜마·코스맥스의 국내 매출은 각각 17%, 25% 성장했다.
국내 화장품의 수출은 화장품 ODM사가 직접 수출하거나 국내 고객사가 화장품 ODM사에서 납품 받은 후 수출하는 형태로 나뉜다. 하지만 최근엔 해외 현지 생산을 의뢰하는 브랜드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디브랜드들은 화장품 ODM 업체를 통해 국내 생산 후 미국으로 자체 수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K뷰티가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다 보니 미국 현지 생산으로 개발을 의뢰하는 고객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해외 신규 고객사 확대를 예상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미 공략 나선다
이에 따라 화장품 ODM업체들은 미국 현지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3분기부터 미국 법인을 통해 미국 LA 서부 사무소를 통한 신규 고객사 확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기존에 미국 동부 지역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서부 지역에도 인디브랜드 고객사들이 많기 때문에 이 지역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미국 1공장과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제2공장 등 북미법인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엔 북미법인 수장을 바꾸고 글로벌 화장품 시장 전문가들을 전진 배치했다.
한국콜마는 아모레퍼시픽 공장장, 코스비전 대표이사를 지낸 허용철 사장을 북미법인과 미국법인 총괄 대표이사(CEO)로 선임했다. 글로벌 영업 총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ODM 기업인 인터코스 북미법인 CEO, 에스티로더 영국·캐나다 대표를 지낸 필립 워너리를 선임했다. 북미법인 총괄 연구개발 책임자에는 로레알 미국법인과 인터코스 등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해온 조지 리베라를 임명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세계 최대 뷰티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열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며 "영업·생산·R&D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북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