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인기에 장(醬)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과거엔 현지에 거주 중인 해외 교민과 일부 아시아계 중심으로 장류 제품이 소비됐다면, 최근 높아진 K-푸드 인기로 현지인들의 장류 소비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는 현지인 입맛에 맞춰 맵기나 제형, 용도를 변형한 장류, 소스류 신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소스 수출 늘었다
수출되는 소스류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겨자, 마요네스, 카레 등 11개가 포함돼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소스류 수출량은 지난해 12만9189톤으로 2020년(11만9230톤)에 비해 7.4% 증가했다. 2020년 코로나 발생으로 집밥 수요가 늘었던 당시보다 한층 소스제품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수출액도 늘었다. 2020년 3억1876만 달러(한화 약 4226억원)에서 지난해 3억7850만 달러(5020억원)로 증가했다. 이같은 소스류 증가 요인에는 K푸드 인지도 상승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추장, 간장 등에 국한됐다면 현재는 K치킨 소스부터 비건, 할랄 제품 등으로 제품을 다각화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 시너지
식품업체들은 K푸드 완제품을 파는 것은 물론 직접 소스를 활용해 한국음식을 요리해먹으려는 수요가 늘자,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21년 글로벌 한식으로 키울 후보군 6종에 'K소스'를 포함시켰다. 비비고 브랜드를 키워 해외 인지도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한국 식문화 확산과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떡볶이, 핫도그, 김밥, 김말이, 붕어빵, 호떡을 K-스트리트 푸드 전략 품목으로 정했다. 지난해엔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국가에 신제품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K컬처와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하고 단맛을 높이는 등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1~10월 K소스 해외매출(국내생산 후 수출 및 해외생산 후 판매) 전년 대비 10%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주요 제품은 △한국 전통장(고추장, 된장, 쌈장) △편의형 쿠킹소스(불고기 소스 등 고기양념장, 떡볶이·치킨 소스 등) △현지화 K-소스(튜브 형태의 고추장 핫소스, K-바비큐 드리즐 등)다.
이를 활용해 특정 지역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영국 퀵서비스 레스토랑 체인인 '잇슈' 80여 개 매장에 쌈장을 도입했다. 쿠킹소스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또 일식 체인 '와가마마' 160여 개 매장에 돼지고기 양념장을 도입했다. 이는 햄버거 패티 양념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영국에서 B2B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지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5년 전 100개 미만이던 영국 내 한식 레스토랑이 최근 3배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용기 바꾸고 할랄인증도
대상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O`Food)를 필두로 해외시장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기준 200여 종의 소스를 2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김치, 고추장 등 한국 대표 매운맛 제품을 활용한 오 트러플 핫소스, 시즈닝킥뿐만 아니라 K-BBQ 등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상은 현지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소스의 용도와 제형을 현지인에 맞춰 변형했다. 고추장 등 장류의 경우, 기존 제품의 걸쭉한 제형이 테이블 소스가 일상화된 서구식 식문화와 맞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다.
대상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고추장, 쌈장보다 농도는 묽게 하고, 장의 향을 줄여 깔끔한 맛을 앞세웠다. 또 테이블 소스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용기를 튜브형으로 변경했다. 샐러드나 타코, 스프링롤에 뿌리거나 찍어먹을 수 있도록 드레싱과 디핑소스 타입의 제품도 출시했다.
색다른 매운맛을 원하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공략한 제품도 출시했다. K-푸드 열풍의 주역에 떡볶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스류를 '간장', '로제', '핵매운 고추장’ 3종으로 출시했다. 떡볶이 떡은 물론, 뇨끼, 푸실리, 스파게티 등 파스타면 요리에도 활용 가능한 소스다.
이탈리아산 트러플에 한국의 대표 매운맛인 김치와 고추장을 접목하기도 했다. 대상은 너겟 등에 칠리 소스를 곁들여 먹는 문화가 익숙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오 트러플 핫소스'를 선보였다. 외식 메뉴로만 접할 수 있던 한국식 양념치킨을 가정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치킨 디핑소스'도 개발했다. 여기에 다양한 맛의 K-소스에 비건과 할랄 인증을 더했다.
대상 관계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용도형 할랄 장류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높은 매출고를 기록하고 있다"며 "할랄 장류 전체 수출 매출은 2018년 대비 2022년 기준 약 570%의 높은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