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 기업 오너가 자녀들이 잇따라 유튜브에 뛰어들고 있다. 브랜드 소개뿐 아니라 일상도 가감없이 공개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브랜드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편에선 오너가 자녀들의 유튜브 활동이 해당 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광고모델과 화보 찍고 집주소도 공개
업계 등에 따르면 채문선 탈리다쿰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탈리다쿰'에 직접 출연하기 시작했다. 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이자 세아그룹 오너가 3세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의 배우자다.
탈리다쿰은 2021년 론칭한 뷰티 브랜드다. '소녀여 일어나라'는 의미를 가진 이 브랜드는 동물 실험이나 동물성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 유래 처방을 통한 제품을 선보인다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탈리다쿰 채널의 영상은 이날 기준 6개지만, 구독자 수는 1만1000여 명에 달한다. 그동안 채 대표는 여러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활동했다. 탈리다쿰이 입점해 있는 현대백화점의 유튜브 채널에선 클린뷰티 트렌드에 대해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는가 하면 연예인 김지석 채널에서는 브랜드 매장을 홍보하기도 했다.
채 대표는 광고모델과의 만남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알리는데에 주력했다. 최근 영상에선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인 채 대표가 탈리다쿰의 모델인 신유빈 선수와 만나 함께 화보를 촬영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공개했다. 채 대표의 시댁인 세아그룹은 지난해 유·청소년 선수 발굴 및 후원을 위해 대한탁구협회와 '탁구 꿈나무 육성' 후원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탈리타쿰은 신 선수와 올해 10월을 끝으로 계약을 종료하게 됐다.
앞서 채 대표는 탈리다쿰을 알리기 위해 '달해'라는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채 대표는 지난 6월 '하얀 민들레'라는 앨범을 발매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인 '하얀 민들레'를 탈리다쿰의 브랜드송으로 활용했다.
패션업계에선 세정그룹 2세인 박이라 사장이 지난 3월 말부터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를 운영 중이다. 박 사장의 개인 채널이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세정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시작한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9700여 명이다.
박 사장은 디디에 두보 매장에 깜짝 방문해 주얼리 세척을 받는 등 브랜드를 체험하는 모습부터 대표가 된 배경, 연애스토리, 일상 등을 공개했다. 최근 영상에선 '패션 재벌 2세는 어떤 집에 살까'부터 유명 헤어스타일리스트인 차홍 원장과 가을 헤어스타일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세정은 올리비아로렌, 웰메이드 등 브랜드의 유튜브 채널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수는 웰메이드 5만여 명, 올리비아로렌 9400여 명이다. 각 채널에선 제품과 모델들이 등장한다.
세정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을 만나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고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소통을 시작했다"며 "박이라 사장은 개인 유튜브 활동을 통해 기존 고객부터 잠재 고객인 젊은 세대까지 세정을 더욱 친근하게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적 성장 관건
업계에서는 오너 일가의 이런 유튜브 활동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 활동하는 만큼 신뢰성, 소통, 홍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실적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탈리다쿰의 경우 매출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아직 매출보다 적자 규모가 더 큰 상태다. 탈리다쿰은 2021년엔 매출이 없었다. 이후 2022년 2억원, 지난해 5억원으로 뛰었다. 하지만 당기손손실도 2021년 3억원에서 2022년 10억원, 지난해 20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사업 초기인 만큼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비용을 투입한 탓으로 보인다.
1세대 토종 패션 기업인 세정 역시 50주년을 맞았지만 과거 명성에 비해 아직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2011년 연결기준 매출 6895억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지만, 점차 매출 하락세를 겪으며 지난해 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17년 적자를 낸 후 적자 폭이 커지다, 2021년에서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33억원으로 전년(335억원)보다 줄었다.
긍정적 시도
전문가들은 기업 오너가 직접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운영하는 것은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오너가 직접 나서면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소비자나 고객들은 오너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가 투명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오너의 개인적인 스토리나 철학을 공유함으로써 브랜드에 차별화된 개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오너가 가진 비전과 가치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브랜드의 차별성이 한층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평가다.
기업 문화와 가치를 오너가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도 기업의 비전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유튜브를 통해 오너 일가가 실시간 혹은 댓글에 직접 응답하면 고객들과의 관계가 더 밀접해질 수 있다. 소비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홍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오너가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할 경우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통적인 광고 대신 자연스럽게 회사를 홍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오너가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실적 성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튜브의 시대 속에 MZ세대인 재벌가 자녀들이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긍정적일 수 있지만 본인만 유명해지고 그에 반해 실적이 부진할 경우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