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인 상생협의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의체가 파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현재까지 총 7차례 회의가 진행됐으며 8차 회의를 앞두고 있다.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 차등수수료율 적용을 상생안으로 제시했지만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쿠팡이츠의 상생안이 주목되고 있다.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수수료 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 규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배민 조정안 발표했지만
지난 14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7차 회의가 열렸다. 상생협의체는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고통분담을 덜고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배달앱 수수료 인하를 두고 배달앱 업체와 업주단체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꾸준히 상생안을 제시한 곳은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이 제시한 조정안은 '매출에 따른 차등 수수료율제'다. 6차 회의에선 매출액 기준 상위 60% 점주에게 기존과 같은 9.8%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나머지 40% 점주에게는 수수료를 낮추는 내용을 제시했다.
그와 동시에 배민은 입점업체가 소비자에게 음식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수수료율을 인하해주는 방안도 내놨다. 다만 입점업체가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 수수료율을 낮게 적용하겠다는 조건이다. 상위 60~80%에는 업체가 손님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이 1000원이면 수수료율 6.8%를, 1500원이면 4.9%를 각각 적용하는 식이다.
하지만 입접업체 측의 반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에 상생안을 수정해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배민은 7차 회의에서 조정안을 내놨다. 입점 업체 중 매출액 상위 1~59%에는 기존과 동일한 9.8%를 적용하고, 상위 60~79%에는 6.8%, 나머지 업체에는 공공배달앱 수준인 2.0%를 차등 부과하는 방식이다. 배민은 상생안을 3년간 유지하겠다고 했다.
요기요의 경우 매출액 하위 40%의 점주가 내는 중개 수수료 중 20%를 광고비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형식으로 돌려주는 내용을 제시했다. 다만 요기요는 시장 점유율이 크게 떨어져 배민과 쿠팡 상생안이 입점업체들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수수료 인하 관련 상생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한편, 입점업체 측은 현재 배달업계 수수료율(9.8%)의 절반 수준인 5% 수수료율을 요구했다. 한 입점업주 단체의 경우 2.5%까지 수수료를 내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7차 회의에서도 배달앱 측과 입점업체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혼자 낮추면 손해?
업계 일각에선 배달앱 상생안은 배달앱과 업주단체와의 의견 합치도 중요하지만, 시장 논리 상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3사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합의해야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수료율을 낮춘 배달앱만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배민이 수수료율을 9.8%로 올린 배경에는 무료배달 경쟁 심화로 비용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지난 3월 경쟁사인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 점유율에 위기를 느낀 배민도 무료배달을 도입했고, 요기요도 뛰어들었다.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모기업인 쿠팡의 유료멤버십 혜택 중 하나라면, 배민은 무료배달을 위한 유료멤버십을 마련해야 했다. 여기서 배민이 무료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수수료율을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수료율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았던 쿠팡이츠가 상생 합의점의 키를 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쿠팡이츠가 7차 회의에서 입점업체가 직접 배달하는 '가게배달' 방식 도입을 제안했지만, 새로운 서비스 도입보단 기존의 무료배달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율이 어떻게 조정될지가 더 큰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쿠팡이츠 관계자는 "배달앱 상생협의체 논의에 성실히 임하면서 소상공인 상생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생안 중요한 이유
상생협의체에서 플랫폼사들과 입점업체 단체들과의 협의가 잘 되지 않을 경우 입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수수료 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 규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배달앱과 입점업체 간 상생협의 논의가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등 추가적인 방안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도 "배달앱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을지로위원회는 수수료상한제, 우대수수료율 입법을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에선 합의로 도출된 상생안이 아닌, 수수료 상한제 등이 입법될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을 통해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하거나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효과가 크겠지만, 법제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소상공인들이 바라는 것은 현재의 어려움이 빠르게 해결되는 것이기에 플랫폼 업체들과의 상생안이 잘 마련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