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인 찾은 티몬
위메프와 티몬의 대금 미정산 이슈로 시작된 '티메프 사태'가 터진 지 어느 새 1년이 지났습니다. 티메프 사태는 미정산 규모만 무려 1조85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이커머스 역사상 최악의 사건입니다. 국내에 소셜커머스 시대를 연 플랫폼이자,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 플랫폼이 나란히 몰락했으니 하루이틀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죠.
수많은 잡음을 지나 이번 주 드디어 티몬의 새 주인이 결정났습니다. 지난주 오아시스마켓이 내놓은 회생안이 부결되며 이대로 티몬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법원이 강제인가를 결정하며 티몬은 오아시스마켓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물론 모든 문제가 말끔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티몬에서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와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 등 티몬이 안고 있는 채권 총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데요. 오아시스의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수수료를 제외하고 채권 변제에 사용될 금액은 약 100억7000만원에 불과합니다. 변제율은 0.76%로,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법원은 청산을 결정할 경우 그나마도 변제할 수 없다며 강제 인가를 결정했지만, 가만히 앉아 돈을 날리게 된 소비자들과 판매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사업 재개 이후에도 티몬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위메프는요?
티몬과 함께 대형 사고를 친 위메프는 티몬보다 더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셜커머스 창립 때부터 이커머스 전환 후까지 라이벌 관계를 이어왔습니다. 창립 시기도, 이커머스로 전환한 것도 비슷한 때입니다. 매출 규모도 1000억원대 초반(2023년 기준)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메프는 티몬과 달리 매각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위메프를 인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곳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제너시스BBQ 정도입니다. 제너시스BBQ는 지난 4월 위메프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는데요. 업계에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위메프는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었습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누적 적자만 3000억원에 달했고 매출도 역신장하는 추세였습니다. 월간 에비타(EBITDA) 흑자를 달성하기도 했던 티몬보다 확연히 좋지 않은 성적이었죠.

매각 주간사인 EY한영에 따르면 위메프의 부채총계는 4462억원, 총 자산은 486억원입니다. 계속기업가치는 -2234억원으로 계산했습니다. 티몬의 경우 계속기업가치가 -928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티몬보다 훨씬 더 암담한 상황이죠.
인수 후보인 BBQ가 아주 적극적인 상황도 아닙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준비한 카드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BBQ의 입장입니다. 오아시스처럼 사업 연관성이 높고 인수 의지가 확고한 인수 후보가 있어도 간신히 성사된 딜입니다. 위메프가 살아날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높지 않아 보입니다.
애프터 티메프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이제는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아무렇게나 기침을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생활 속의 방역과 거리두기가 몸으로 체화된 겁니다.
코로나 19처럼 티메프 사태 역시 우리 이커머스 세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정산 주기'일 겁니다. 이전에는 플랫폼이 판매자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하는 대금 정산 기간이 두 달을 훌쩍 넘기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티몬과 위메프였죠.
티몬은 입점업체 대금을 판매가 이뤄진 달의 말일부터 40일 후에 지급합니다. 5월 1일에 물건이 팔렸다면 5월 31일의 4일 후인 7월 11일에야 돈이 들어오는 겁니다. 물건이 팔린 지 70일 후에 돈을 받는 셈입니다. 위메프의 경우 판매일로부터 익익월(2개월 후) 7일에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역시 최장 67일이 걸립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 "관행 상 어쩔 수 없는 일", "정산 주기를 당기면 플랫폼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티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업계를 휩쓸고 간 지금, 이제는 앞다퉈 2~3일짜리 빠른 정산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배송 후 다음 날이면 정산을 해 주는 '익일정산'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을 의심하기 시작하자 '어쩔 수 없던 관행'이 바로 개선된 겁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한때 '국내 최초의 소셜커머스'이자 '토종 이커머스'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티메프 사태'의 장본인이라는 오명만 남아 있습니다. 10년 후, 이들의 이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감히 예측할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