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어느 한 집이 대출을 받았는데 돈을 안 갚는다? 다른 집들에서 난리가 납니다. 우리 마을의 명예를 떨어뜨렸다고 손가락질하며 비판을 한다고 하네요. 이러니 돈을 안 갚을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연체율이 1%도 안 되는 것이고요."
한 시중은행 임원은 미얀마 시장에 들어가려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런 얘기를 꺼냈다. 대출은 떼일 염려가 거의 없다. 아직은 금융의 개념이 부족해 돈을 예금으로 갖고 있기보다는 집안에 쌓아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는 곧 은행이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미얀마는 한반도의 3배에 달하는 면적에 천연가스, 석유, 납, 아연, 목재류 등 풍부한 부존자원을 가진 나라다. 최근 몇 년간 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잠재력으로 따지면 중국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나온다. 이 때문에 미얀마에 대한 은행들의 관심도 남다르다.
지난해 국민·신한·기업은행은 미얀마에 은행 지점을 내기 위해 신청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이들 은행 말고도 우리·하나·산업·수출입은행 등 국내 은행 7곳이 미얀마에 현지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당장엔 은행 진출이 어려워지자 일부 은행은 2금융권을 통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2금융권 형태로 우선 진출할 계획이다. 현지 저축은행이나 조그만 파이낸스 컴퍼니 등 인수 대상 몇 곳을 추려 검토 중이다. 캄보디아 서민금융회사인 말리스 인수를 통해 소액대출(마이크로파이낸스) 시장에 진입했던 경험을 살려 인수가 여의치 않으면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소액대출 시장이 꽤 괜찮다"며 "당장 은행 진출이 되지 않으면 일단 이쪽 시장으로 진출해서 선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미 하나은행과 BS금융지주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미얀마 마이크로 파이낸스' 법인을 출범, 교외 지역 농민과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소액대출 사업을 하고 있다. BS금융지주는 BS캐피탈을 통해 현지법인을 설립해 소액대출영업을 시작했다.
미얀마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신한은행은 정책금융 지원 등을 통한 애정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농기계 생산업체인 대동공업이 미얀마에 수출하는 트랙터, 콤바인, 경운기 등 농기계 6800여 대의 구매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사회공헌 목적으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미얀마 흘레구 농촌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농촌 지역의 열악한 교육시설을 개선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흘레구에 있는 초등학교 2곳에 학교 교사 1개 동과 화장실 신축, 노후시설 개보수 및 교육기자재 등을 지원했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한 두건 지원 실적 갖고 될 일은 아니고 여러 방면에서 미얀마 경제에 기여했다는 점들이 인정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금융권을 통한 진출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대동공업을 통한 정책금융 지원 등은 의미가 있다"며 "나중에 미얀마 정부가 지점 인가 신청을 받게 되면 신한은행이 1등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성격상 시중은행처럼 금융지원 등의 물량지원엔 한계가 있다. 현지 유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거나 1년에 1~2번 정도 미얀마 현지에서 학교 짓기 등의 봉사활동에 나서면서 기업은행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 홍석우 신한은행 미얀마 사무소장(셋째 줄 오른쪽에서 세번 째)과 미얀마 현지 관계자, 꺼양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