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은행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는 장이 또 한번 열렸다. 그런데 지난 2014년 미얀마 진출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섰던 국내은행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미얀마 금융당국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여러가지 영업제약으로 먼저 진출한 외국계은행들이 고전하고 있어서다. 신흥국 위기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국내은행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정치일정 겹치며 예상보다 빨리 장 섰지만……
미얀마 금융당국은 올해 3월 말 이전에 외국계 은행 지점 인가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3월 말 이후 군부정권 교체 등 정치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내은행은 애초 예상보다 빨리 은행 문이 열렸다는 반응이지만, 1년 여 전 미얀마 은행 지점 설립을 신청했던 당시와는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2014년 신한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은 미얀마 은행 지점 설립을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52년 만에 외국계은행에 문을 열었고,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중국 공상은행 등 9곳에 은행 지점 설립 인가를 내줬다.
미얀마의 성장잠재력이 큰 만큼 당시 고배를 마셨던 은행들의 아쉬움도 컸다. 대신 국내은행들은 2금융권 진출과 각종 지원 등을 통해 미얀마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 잠재력만 믿고 들어가기엔……
막상 뚜껑은 열렸지만 지난번보다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지점 설립을 위해선 영업기금으로 7500만 달러가 필요한데, 이 가운데 4000만 달러를 중앙은행에 무이자 예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겼다. 게다가 이 영업기금이 손실이 나도 보전을 해줘야 한다.
A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영업기금의 경우 인접국가들은 보통 3500만~4500만 달러인데 비해 큰 액수이고, 이 중 상당액을 무이자로 예치해야 한다는 점 등은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현지영업을 할 수 없고 외국기업을 대상으로만 영업을 해야 하는 제약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에 진출했던 외국계은행들도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 은행 고위관계자도 "이미 진출한 은행도 그렇고, 이런 상태에선 앞으로 7~8년 동안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성장 잠재력만을 믿고 들어가기엔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게다가 기업이든 은행이든 투자자 입장에선 미얀마 정부가 확실하게 개방을 한 것인지, 아닌지조차 헷갈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 그래도 미래를 보고, 선점하는 게 나을까?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이번엔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신흥국 위기는 물론이고 정권 교체 전 제한적으로 허가를 내 줄 것으로 예상돼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소액신용대출사업과 할부금융 등 2금융권 진출을 통해 미얀마 은행 인가를 꾸준히 모색했던 우리은행도 이번엔 들어가지 않을 방침이다.
미얀마 진출 1호 국내은행을 노렸던 신한은행도 여전히 최종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인 대동공업과 함께 미얀마 정부에 농기계 1억 달러를 공급키로 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민은행 역시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를 포함해 동남아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