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2일 박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것인지 의견을 묻는 안건을 주주협의회에 공식 부의할 예정이다. 애초 산업은행은 이 안건을 20일에 부의하기로 했다가 추가 법률 검토 등을 이유로 일정을 이날로 미뤘다. 부의 안건에 대한 회신 마감은 24일로, 늦어도 다음 주 초쯤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기사 ☞ 정치권 등에 업은 박삼구..'컨소시엄' 허용될까
◇ 채권단, 박삼구 컨소시엄 '불허' 분위기
채권단은 내부적으로 박 회장의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에 안건을 부의한 것도 박 회장과 정치권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에 박 회장을 도와줘야 한다는 분위기는 전혀 없다"며 "정치권 압박 등으로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묻는 형식을 취한 것이지, 기존 원칙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기류"라고 전했다. 이어 "컨소시엄을 허용해줄 경우 더블스타가 국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채권단 중 산업은행이나 우리은행 중 한 곳만 반대하면 컨소시엄 구성 허용안이 부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유 지분 기준으로 주주협의회의 75%가 동의해야 안건이 통과되는데, 산업은행만으로도 32.2%의 지분이 있어 단독으로 부결시킬 수 있다. 우리은행 역시 3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
◇ 법적 분쟁 불가피…정치권 변수도 여전
결국 박 회장 측이 예고한 법적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 측은 앞서 더블스타 등 다른 입찰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을 고려한 형평성에 따라 본인 역시 컨소시엄 방식의 인수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개인에게 속한 권리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권리를 나눠 갖는 컨소시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채권단 측에서는 박 회장이 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을 하더라도 법원이 이를 인용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 회장 측이 매각 절차상의 문제 등으로 본안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매각이 어그러질 경우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 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서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중국 자본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은 여전히 변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유력 주자들이 재입찰 등을 주장 하며 이번 매각을 문제 삼고 있다. 22일에도 이재명 성남시장이 광주에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을 만나는 등 정치 이슈화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 후 임직원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정치권과 지역 여론을 의식해서다. 더블스타는 지난 21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성장하기 위해 지역 인재를 더 채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채권단과 합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