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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손해사정비용 누가 부담하나' 갈등 점화

  • 2018.03.02(금) 17:30

계약자 손해사정사 지정때 비용 보험사 부담 추진
금융위, 법 개정 없이 감독규정 개정해 시행 예정
보험사-독립 손해사정사 대립

 

금융위원회가 보험 민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험금 산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손해사정 업무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에 나섰다. 특히 그동안 보험가입자가 선임한 독립손해사정사(이하 독립손사)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도록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험사와 독립 손해사정사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금융위, 보험 손해사정 제도개선 착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월 9일 금융감독원, 생·손보협회, 보험사, 손해사정업계 등 관계자들을 불러 손해사정 문제 개선을 위한 '손해사정 개선방안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사고와 관련해 손해사정사를 별도로 지정할때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하는 내용을 포함해 소비자 권리보호를 위한 손해사정 결과의 공정성과 손해사정사 투명성 제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때 손해액을 산정하고 지급할 보험금을 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문에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서 객관적인 보험금 산출을 위한 독립성 확보가 필수지만 대부분 보험사 자회사에 속해 있어 보험사에 유리한 쪽으로 보험금을 산정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현재도 보험가입자가 보험사 자회사에 속한 손해사정사(이하 위탁손사)에 손해사정을 맡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별도로 독립손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활성화 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도 계약자가 독립손사를 선임할 수 있지만 계약자들이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데다 대부분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등의 경우에만 2차적으로 일부 독립손사를 선임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손해사정을 하기 보다 소비자들이 처음부터 독립손사 선임이 가능하도록 활성화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손해사정 환경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와 금융행정혁신위도 금융당국에 보험사 주도로 운영되는 손해사정 관행 개선을 요구해왔다. 또 앞서 관련 법안 개정이 몇차례 시도됐지만 국회 벽을 넘지못하고 무산됐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손해사정 관련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 보험업계 "이중부담·손해사정 조사 고의 지연 등 우려"

금융위가 제도개선 전면에 나서 실현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보험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독립손사 선임 비용을 대신 부담할 경우 비용부담이 큰데다 가입자와 손해사정사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인데, 고객이 독립손사를 선임한다고 해도 보험사가 지급할 보험금을 제대로 알기위해서는 조사과정이 필요해 결국 비용이 두배로 들 수 밖에 없다”며 “만약 추진된다고 해도 비용적인 부분을 보험료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독립손사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과도한 보험금 규모를 약속해 보험사와 계약자간 소송을 불러일으키고 조사기간을 늘려 보험금 지급기일을 늦춰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하게 해 보험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청한 뒤 청구한 날로부터 10일이 지나면 보험사는 지급해야할 보험금에 지연이자를 물어야 한다. 때문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청구시 3일 이내에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독려해왔다. 실제로 위탁손사는 소액건의 경우 3일 이내 지급건이 90%를 넘어서고 있다.
반면 독립손사의 경우 지연이자를 얹기 위해 고의적으로 조사를 지연할 가능성이 있다는게 보험업계 주장이다.

위탁손사와 독립손사의 비용 구조가 다른 것도 문제다. 보험사는 사고조사를 위탁할때 20만~50만원의 비용을 위탁손사에 지불하는데 독립손사의 경우 계약자 보험금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지급받고 있다. 따라서 별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보험사들은 또 위탁손사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법적 책임이 규정돼 있고 정기적으로 보안점검도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독립손사의 경우 이같은 점검이 불가능해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립손사가 병원이나 계약자와 공모하면 적발이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보험사가 손해사정사 선임비용을 제공하는 것이 보험업법, 상법상 취지에 맞는지' 법률자문을 받아 대응에 나섰다.

◇ 독립 손해사정사 "소비자 도움될까" 갸웃 

독립 손해사정사업계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손해사정사회 관계자는 “독립손사가 위탁손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비용은 높은 구조인데, 위탁손사 수준으로 비용을 낮추면  물량확보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더구나 독립손사 선임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할 경우 수수료를 주지 않거나 삭감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독립손사 역시 위탁손사처럼 보험사 입김에 따라 손해사정을 진행해 '독립손사'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위탁손사들이 독립손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도 없기 때문에 보험사 자회사에 속한 손해사정사들이 독립손사로 계약해 손해사정을 하면 이전과 다를 게 없어 안전장치들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개선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누가 손해사정사를 선임했느냐(비용을 지불했느냐)가 아니라 손해사정의 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나오도록 하는 데 목표를 갖고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중"이라며 "이해관계자들이 많다 보니 이들간 조정을 통해 손해사정제도를 비롯해 위탁질서와 추가적으로 어떤 제도를 함께 개선해야할지 전반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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