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1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빚 증가 추세는 수그러든 분위기지만 1500조원대 부채 규모에 대한 압박감은 더 커지고 있다. 25일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원장은 "가계부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철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신용은 1468조원으로 전분기보다 1.2%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 가계대출 1387조원, 신용카드 사용액이 포함된 판매신용 81조원으로 구성됐다.
가계신용은 2013년 말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안에 1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증가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신용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은 2016년말 11.6%에서 올해 1분기 8%로 5분기 연속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속도보다 무서운 것은 규모다. 가계신용 규모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2016년 교수시절 한 강연장에서 2018~2019년 가계부채로 한국경제에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 한 바 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
여기에 정부가 1금융권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누르자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김용범 금융위 부원장은 "올해 신용대출·개인사업자대출 증가 우려,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부실화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가계부채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기타대출은 연체율이 낮아 건전성이 양호하지만 비은행 신용대출의 경우 차주의 신용도가 낮고 대출금리가 높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련 대책 시행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우선 올해 10월까지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업에도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등 가계부채 개선안을 전 업권에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중으로 은행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되면 대출심사제도가 더 깐깐해 진다. 또 대출규모가 계획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금융회사를 집중관리회사로 선정해 금융당국이 밀착관리하기로 했다.
올해 2금융권에 개인사업자대출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개인사업자대출을 가계대출 수준만큼 엄격하게 관리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주택담보대출 규제회피 목적의 신용대출 취급, DSR의 형식적 운영, 개인사업자 대출로의 우회대출 등을 3대 위반사례로 선정해 연중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