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년안에 가계부채 때문에 한국경제에 큰 위기가 올 확률이 얼마냐 되느냐?"
2016년 4월 열린 시흥아카데미 한국경제학교 강사로 나온 당시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현 금융감독원장)가 객석에 던진 질문이다. 그는 "올해 연말까진 그리 높지 않다"며 "그럭저럭 버틸 것"이라고 자문자답했다.
그는 하지만 "(올해를) 넘으면 어떻겠냐"고 말한 뒤 "2~3년 놓고 보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2018~2019년에 가계부채 뇌관이 터져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그는 "중요한 문제는 부채를 갚느라 부담스러워 소비를 못한다는 점"이라며 "소비를 못하니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은 안되고 장사는 더 안되고 빚내서 빚을 갚아야되니 부채는 자꾸 쌓여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채는 늘고 자산 경제는 시들시들해지고 수출은 떨어지고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하면 아주 멀지않은 기간 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1년내는 아니지만 3년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계부채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중요한 위기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2년1개월 뒤 그는 금감원장에 취임했다. 8일 금감원장에 취임한 윤 원장은 취임사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금융시스템 건전성과 관련해 자금의 쏠림 현상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이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2013년 1000조원을 넘긴 뒤 작년말 1451조원까지 불었다. 올해초 가계부채는 1500억원을 넘겼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가계부채 대응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가운데 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가계대출이 늘수록 은행 이자가 늘어나는 수익구조 덕분이다. 이 때문에 윤 원장이 향후 은행의 과도한 이익에 대해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취임사대로 '자금쏠림 현상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