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담보대출의 담보가 어디로 사라지는지, 움직이는지 관리가 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허점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IBK기업은행의 동산담보대출 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 의원은 "유형자산, 재고자산, 농축수산물담보, 매출채권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은행이 스스로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동산담보대출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뒤 가장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린 은행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조2124억원으로 이중 기업은행이 5633억원(46.5%)으로 가장 많았다. 산업은행(2870억원), 하나은행(1180억원), 국민은행(740억원), 신한은행(686억원), 우리은행(357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국감에서 지 의원은 "플랫폼을 통해 동산을 관리한다고 하는데 (은행) 영업시간 외에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동산에 전자칩을 붙여 관리하고 있다"며 "동산의 무단반출, 훼손 등 상황이 은행 업무시간 중에 생기면 관리업체에서 직원들에게 SMS(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업무시간 이후에는 출동서비스 업체가 간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지 의원은 "평일 퇴근시간 이후나 주말 등 24시간 감시가 구동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2746건에 이르는 스마트 담보대출 물건을 보안업체가 실시간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동산담보대출의 담보물인 동산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7일 기업은행 관계자는 "동산 담보물에 위치추적기 기계(전자칩)를 부착해 동산의 이동을 제어하는 기능을 심어 놓고 있다"며 "보안업체인 캡스, ADT와 제휴를 맺고 있어 동산 담보물에 이상이 생기면 경비업체가 출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가 안되는 동산 담보는 가치가 없다"며 "관리에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중 4000억원 가량이 사물인터넷(IoT)기반의 스마트동산담보대출이다. 동산담보 무인원격관리 업체인 씨앤테크가 기업은행에 동산담보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동산 담보를 관리하는 비용 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보안업체는 이미 은행과 공단 등에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업 제휴를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동산담보를 관리하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들면 금리가 올라 동산 담보대출 자체를 운영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국책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실적이 저조한 이유는 뭘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기존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이 동산담보대출에 유리한 상황인데다 IoT 기반 동산담보 관리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여전히 동산에 대한 관리가 쉽지 않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담보에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은행 담당 직원에게 SMS로 연락이 오고 경비업체가 출동하지만, 기계설비 등에만 담보가 특정된 만큼 임의로 공장문을 열고 들어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보 관리 시스템의 효용성에 여전히 의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IoT 기반 동산담보 관리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동산은 부동산보다 채권확보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아무리 제도의 취지가 좋고 금융위가 푸시를 하더라도 시중은행 입장에선 동산담보대출 비중을 크게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