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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이직을 고민하는 설계사에게②

  • 2021.03.08(월) 09:30

금소법과 모집 채널의 내부 통제력

유통산업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한지도 오래되었다. 인터넷 상거래를 넘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가격이 비교되는 상황에서 과거 정보비대칭과 독점적 장악력에 기대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유통업자는 살아남을 길이 없다. 공개된 가격 경쟁을 통한 완전경쟁시장의 완성은 소비자 효용을 높인다. 이런 움직임은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관찰되며 이런 현상은 '소비자 중심주의'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산업을 보면 소비자의 지위가 높아지거나 중심적 위치를 차지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금융 산업 내에서도 특히 보험은 정보비대칭이 높다. 보험 계약은 보험사 조건을 미리 정하면 소비자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부합계약(附合契約)이기에 필연적인 정보비대칭이 발생한다. 특히 설계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달라지고 사고 발생 후 효용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적 특징으로 인해 타 금융과 비교해도 보험 계약에서 높은 비율의 민원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3월 25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이 시행되면 보험 모집 시장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이 바로 잡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금소법은 전 금융 산업에 적용되기에 아직 보험 산업의 특수성에 적용된 구체적인 모습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징벌적 과징금과 5년 동안 인정되는 위법계약 해지권 등을 살펴볼 때 보험 모집 시장의 큰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과거 모집 채널의 평가는 많이 판매하는 것에 있었다. 계약 유지와 완전판매 보다는 작성계약을 동원해서라도 시장점유율과 신계약 체결 건수를 높이는 것이 우선되었다. 하지만 금소법이 시행되면 모집채널 평가에 있어 완전판매 및 장기 계약 유지율 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모집채널 평가는 결국 보험 상품을 만드는 보험사가 담당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보험사는 수수료를 통해 모집채널을 통제했다. 따라서 모집질서를 얼마나 준수하는지에 따라 내부 통제력이 약한 모집 채널에 대한 수수료 제재 등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직을 고민 중인 설계사가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소속 조직의 모집 질서 준수 여부일 것이다. 또한 내부 준법감시인의 존재, 상품 설명 부실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 등 제도적 내부 통제력을 통해 소속 설계사와 그들이 접하는 계약자를 제대로 보호할 역량과 의지가 중요해진다. 금소법 시행 후 위법 계약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자신의 상품을 제대로 설명하고 모집해 줄 올바른 협력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집 채널의 내부 통제력은 감독 기관의 제재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GA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사를 확대하고 있고 모집 질서 위반에 대해서는 소속 설계사 전체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금소법이 시행되면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나만 잘하면 상관없지 않냐'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내가 속한 조직이 전체 설계사를 바르게 이끌어 줄 역량이 있는지를 제대로 따져야 한다. 만약 내부 통제력을 갖추지 못한 조직에 속해 있다면 적극적인 이직을 고민해야 한다. 동일하게 이직을 고려할 때도 옮길 조직의 교육 역량 및 준법 감시 의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과거처럼 경력 설계사가 이직할 조직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 수수료나 단기 인센티브만 따진다면 타의에 의해 본인의 역량이 침해받을 우려가 충분하다. 금소법이 시행되면 수수료 지급의 주체인 보험사는 통제가 어려운 채널을 멀리할 것이 뚜렷하게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전속 채널을 운용하던 대형 보험사도 판매자회사로 전속 조직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는 비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측면도 존재하겠지만 금소법 시행 후 모집 책임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는 사전 포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또한 감독 기관의 강도 높은 제재를 볼 때 높은 수수료는 더 이상 이직 시 고려할 대상이 아닐 수 있다. 특히 전 모집채널에 대한 초년도 수수료가 1200%로 제재되는 상황에서는 편차가 크지 않기에 내부 통제력을 통해 소속 설계사를 얼마나 제대로 육성하고 보호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실제 상품이나 완전 판매 및 준법 감시 교육이 전무한 조직도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조금 더 받기 위해 준법 감시 역량이 부족한 조직으로 이직한다면 반드시 소탐대실(小貪大失)을 경험할 것이다.

과거 대면채널에서 중요시되던 것은 개별 설계사의 역량이었다. 속된 말로 '매출이 깡패'란 말도 존재했기에 많이 모집하는 설계사가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금소법이 시행되면 제대로 모집하여 계약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설계사에게 모든 혜택이 집중될 것이다. 또한 소속된 조직의 역량도 중요하다. 모집 질서 위반을 관리하지 못하는 조직에 속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본인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지금 소속된 조직이 금소법 시행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자체 교육 역량은 충분한지, 설계사와 계약자를 보호할 의지는 있는지 충분히 따져 이직을 고민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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