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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대면채널에 대한 비용축소

  • 2021.03.23(화) 09:30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요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 보험 산업이 성장하는데 대면채널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모집시장에서 수요층인 계약자 혹은 피보험자와 접점을 유지하며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존재가 설계사다. 보험 계약은 체결 시점에 적극적인 효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계약 후 사고가 발생해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사고는 확정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험 계약을 선택하는 행위는 불확실한 미래의 사고를 담보로 현재 지출을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발적인 구매보다는 누군가에 의한 위험 환기나 적극적인 권유가 필요했다. 이를 보험 설계사가 담당했다. 많은 유통채널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보험 모집 시장에서 아직도 설계사의 영향력이 큰 이유는 보험 상품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

이런 이유로 모집 결과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보험사 입장에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비용이다. 보험사가 만든 상품을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설계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험사가 이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다른 산업처럼 비용이 적은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된 것도 아닌데, 현재도 신계약 모집 비율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면채널의 모집 비용을 축소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초년도 신계약 수수료를 1200%로 통제하고 판매자회사를 신설하여 전속채널을 분리시키는 작업 등은 모두 대면 채널에 사용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사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더 이상 대면채널에 투자해도 성장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이 존재한다. 투자로 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기에 비용을 축소하여 이익률을 높이는 일련의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보험사가 대면채널에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인구구조의 변화다. 전통적으로 한국 보험 산업은 설계사의 개인 인맥을 유통망으로 활용하며 성장했다. 누군가 설계사를 시작하면 주변 지인들이 그 혹은 그녀에게 보험 계약을 맺어주는 방식으로 보험 상품을 유통시켰다. 이런 구조에서 신규 설계사를 유치하는 일은 새로운 유통망을 확보하는 일로 인식된다. 따라서 대면채널의 전략부서나 현장 관리자는 매달 신규 설계사 도입 활동에 집중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신입 설계사의 13차월 정착률은 매우 낮다. 10명을 뽑았을 때 1년 뒤 많아야 2~3명 남은 상황이다. 현재 이런 수치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보험 모집 시장에서 수요층이 포화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실시하는 보험연구원의 소비자 설문조사를 보면 '이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가입한 형국'임을 알 수 있다. 모집 시장이 포화되었기에 신인 설계사가 본인의 유통망을 형성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쉽게 말해 기존 설계사가 이미 신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가망고객 모두를 보유고객으로 유지한 상태다.

시장 포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겹친 상황에서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는 일은 요원하다. 우선 보험 상품은 구매를 희망하는 모두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 보험사가 위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좋은 조건을 선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력 보험 상품의 연령 인수 조건은 65세 이하로 제한된다. 따라서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신계약의 수요층은 급격하게 축소된다. 이탈이 많더라도 유입이 많으면 현상유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유독 낮은 출산율은 보험 산업의 수요층 확대에 대한 기대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살펴본 이유로 대면채널이 모집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미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시작되었다. 보험사가 신계약 촉진을 위해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시장 전체로 봤을 때 한 보험사의 이득과 또 다른 보험사의 손실을 합하면 0이 되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투자하는 신계약 수수료의 효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진다. 쉽게 말해 기존 계약 중 하나를 해지하지 않으면 신계약이 발생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보험사는 수수료를 줄일 수밖에 없다. 보험사의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것이 초년도 수수료 1200% 규제 및 전속 채널을 판매자회사로 분리하는 등의 행동이다.

비용 축소의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이는 신인 설계사 유치를 통한 성장이 막히고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다. 이런 분위기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대면채널의 효율이 재고되어야 한다. 시장 포화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설계사가 활동 중에 있다. 이런 문제는 점차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오랜 시간 계약을 관리할 수 있는 우수한 설계사에게 계약이 집중되는 것으로 해결될 것이다. 선택받지 못한 설계사의 정리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대면채널의 적정한 규모와 균형이 만들어 질 것이다. 3월 25일부터 시작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모집 시장 개선에 정촉매로 작용해 전문성 없는 설계사의 퇴출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또한 양적 성장만을 노려 무분별하게 신인 설계사를 유치하는 문제도 개선할 것이라 기대된다.

끝으로 개별 설계사 입장에서 고민하면 비용 축소 움직임에 스스로를 맞춰야 한다. 시장 포화로 인해 신계약을 한 건 체결하는 비용 자체가 증가했다. 가망 고객 DB시장이 성장하고 '보험업법 제98조'를 위반하고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은 신계약 체결이 과거와 비교 절대적으로 어려움을 반증한다. 보험사의 비용 축소로 수수료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계약을 위한 비용을 늘리게 되면 적자를 면할 수 없다. 따라서 비대면 도구 등을 활용하여 고객 접점 유지 및 관리 활동 등에 시간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여 DB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고객이 먼저 설계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량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보험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비용 축소기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향후 개별 설계사와 대면채널의 미래가 변할 것이다. 현재는 위태롭지만 미래는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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