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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금소법 이후 보험에 남겨진 과제③

  • 2021.04.27(화) 09:30

소비자 민원에 대한 인식 전환

금융권에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일차적 원인은 잘못된 일부의 일탈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목적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개선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보험도 오랜 시간 높은 민원율을 기록한 것을 볼 때 개별적 문제에 집중하기보단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다른 금융권의 소비자 피해와 비교 보험은 발생빈도는 높지만 피해 강도는 낮은 것으로 인식된다. 이는 발생한 문제가 동질적 피해로 묶이지 못하고 개인의 파편화된 경험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부터 최근 라임 펀드까지 타 금융권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는 다수가 동일한 문제를 공유했기에 감독당국과 사회적 조명을 받고 공동 대응도 가능했다. 반면 보험에서 민원은 개별 소비자가 개별 설계사를 잘못 만나 발생한 개인적 불행으로 이해된다. 소비자가 대면한 설계사와 가입한 상품을 만든 보험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을 따져보면 본질적 측면에서 다수의 보험소비자가 동일한 피해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망 보장이 목적인 종신보험이란 상품을 저축이나 연금으로 잘못 설명하여 체결된 계약이 다수 존재한다. 관련 민원 접수도 많지만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이해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개별 설계사가 상품설명 부실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녀 교육 등을 주제로 학부형인 주부를 모아 세미나를 진행하고 '교육 자금을 모으자'란 주제로 종신보험이 높은 이율의 적금처럼 설명되는 일을 자주 목격한다. 이처럼 보험에서 오래된 구조적 문제는 파편화된 개인적 경험이 아닌 다수의 소비자가 동시에 경험하는 대규모 피해다. 하지만 동일한 피해를 경험한 보험소비자는 한 번도 공동 대응을 하지 못했고 같은 피해를 입은 타인의 존재조차 인식할 수 없었다.

상품구조의 복잡함도 파편화된 소비자를 만들어 낸다. 사망 보장이 핵심인 종신보험의 주계약과는 다르게 손해보험사의 통합형 상품은 개별 약관만 수 십개가 넘는다. 이중 설계사의 설명을 듣고 소비자가 실제 가입한 특약은 평균 4~50개가 된다. 계약 체결 후 증권에 표기된 특별약관만 확인해도 수십 쪽이 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약관을 확인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확인해야 할 분량도 문제지만 어려운 법률 용어와 낯선 보험 용어가 난무하는 약관을 일반인이 읽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상품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각 특약과 연동되어 발생한 문제는 개별적인 상황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해당 문제의 본질은 특약 수가 많고 복잡하여 소비자 이해를 방해하기에 발생한 것이다.

결국 보험권에서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원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해당 문제가 개별 소비자의 경험이 아닌 동질적이고 구조적인 것임을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유사한 민원은 보험사나 담당 설계사가 다를지라도 동일하게 묶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개별 피해를 큰 범주에서 동일 선상에 놓인 것으로 이해할 때 숨어있는 소비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당 문제를 일반화하여 소비자에게 알린다면 선제적으로 유사한 피해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이후 관련 문제를 해결할 판매 과정의 준수 지침 등을 만들어 보험사 교육 과정에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것 등이 필요하다. 또한 사후 감독을 통해 해당 문제가 반복될 경우 강한 제재를 통해 감독 업무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의 결과를 놓고 동질성을 묶을 수도 있겠지만 보험사나 상품별로 민원을 살피는 노력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최근 하나의 상품이 품고 있는 특별약관의 수가 너무 많다. 이 때문에 개별 특약에서 발생한 문제는 각기 다른 유형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복잡한 상품 구조가 상품설명 부실의 원인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동일한 상품에서 발생한 민원은 묶어 관찰하여 상품 구조가 설명 부실을 발생시키거나 소비자 이해도를 낮추는 것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 동일하게 특정 보험사나 대리점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교육 등 판매절차를 위한 과정에서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에서 높은 민원율을 장기적으로 기록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원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는 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원인이 정확하게 진단되어야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현재까지 대다수의 보험 민원은 개별 소비자의 아픈 경험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해결책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 민원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보험 산업에 잠재된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파악하여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비단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때문은 아니다. 어떤 산업도 수요층의 신뢰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소비자의 신음을 개별적인 불만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동질적 피해임을 이해할 때 보험 산업의 신뢰 회복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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