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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경쟁의 대상

  • 2021.06.15(화) 09:30

카카오 손해보험이 금융위 예비 허가를 받았다. 이번 허가의 의미는 보험 모집시장의 왜곡을 해소할 신호탄으로 이해될 수 있다. 모집 시장이 왜곡된 이유는 구조적으로 대면채널의 독점 및 과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이 활성화됨에도 보험 가입은 대면채널인 설계사를 통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이 설계사와 기존 보험사가 만든 다이렉트 채널 이외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카오의 보험 시장 진출은 왜곡된 시장을 상당히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이미 카카오뱅크를 통해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과 만족스러운 경험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 여신을 장악하며 빠르게 기존 은행 창구를 대체하고 있다. 성공 요인은 다양하겠지만 본질은 신용대출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도 타인에게 돈을 빌리는 행위는 부끄럽다. 얼굴을 팔고 부탁과 사정을 해도 돈을 빌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은행은 이런 사적인 부끄러움을 공적인 영역으로 전환하며 성장했다. 은행창구에 가서 신용 조회를 받고 대출 한도를 확인하는 것은 사적 관계가 아니기에 부끄러움이 덜하다. 하지만 은행 창구에선 많은 서류를 제공하고도 대출 한도와 심사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카카오뱅크는 이런 문제를 단 1분 만에 해결한다.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대출 한도를 즉시 확인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하다. 이는 타인을 대면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MZ세대에게 큰 만족을 준다. 카카오 손해보험도 인터넷은행업의 경험을 살려 설계사를 대면하는 어려움을 파고들 것이라 예상된다. 실제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주제가 '보험'임에도 소비자의 긍정적인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이제부터 보험 모집시장에서 설계사의 경쟁상대는 다른 설계사가 아닌 카카오의 라이언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면채널을 보면 여전히 경쟁의 대상을 잘못 인식한다. 보험사의 전속과 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본질적으로 대면채널이란 점에서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간에 치열한 경쟁을 한다. 수없이 많이 발생하는 승환계약의 예를 보더라도 대면채널 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소비자의 채널 선택권이 막힌 상황에서 채널 내 과도한 경쟁만 존재하기에 모집 수수료를 두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 상품설명 부실, 고아계약 등 다양한 부작용이 관찰된다. 

이는 곧 보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낮춘다. 하지만 소비자도 보험 상품이 필요하고 가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설계사를 만아야 했기에 만족할만한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다이렉트에서 자동차보험의 선전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으며, 카카오의 보험 시장 진출은 채널 경쟁의 본격적인 서막으로 이해된다. 손해보험사로 인가를 받으면 자동차, 운전자, (주택)화재, 배상책임 등 손보 고유의 영역뿐만 아니라 제3보험을 통해 실손의료, 진단비 등 건강보험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다.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을 제외하면 현재 대면채널이 모집하는 거의 모든 보험 종목을 다룰 수 있다. 또한 손해보험사로 경험 축적 후 생명보험사를 출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채널에 소속된 설계사는 경쟁의 대상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제 다른 설계사와의 경쟁이 무의미할 수 있다. 수요층이 설계사가 아닌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고 그 대상은 이미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면채널은 모집을 '위험을 강요하는 푸쉬(push)'로만 이해한다.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새로운 설계사를 늘리는 것이나 다른 조직의 경력 설계사를 빼앗아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후 상품을 억지로 밀어서(push) 체결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부정적 경험이 축적된다. 금융 민원 중 과반 이상이 보험에서 발생한 사실은 신계약 모집 비중에서 대면채널이 절대적이지만 그 만큼 문제도 많음을 반증한다.

특히 MZ세대는 타인을 대면하는 일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배달앱이 성장한 이유 중 하나로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주문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농담 같은 진실도 존재한다. 식당 주인이 자주 오는 단골 손님에게 호의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손님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현실의 주인공이 MZ세대이다. 그들은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과도한 관심과 호의도 부담스러워하고 거부한다. 이런 상황에서 억지로 위험을 밀어내는 방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 본인이 필요할 때 언제든 손 안에서 보험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대면채널이 카카오 손해보험 등 비대면채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경쟁의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대면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만났을 때 높은 수준의 소비자 만족을 선사하지 못하면 거부당하기 쉽다. 하지만 아직도 대면채널은 한 명의 신규 설계사를 더 뽑아 당장 보험을 팔 수 있는 근시안적 방법만 빠르게 습득시켜 시장에 침투시키거나 대면채널 내 다른 설계사의 계약을 빼앗는 일에만 열을 올린다. 시장이 변하고 강력한 경쟁의 대상이 등장했음에도 과거 독점이나 과점이 가능한 왜곡된 시장에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경쟁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쪽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유통시장만 보더라도 모바일 쇼핑에 의해 오프라인 상점이 급격하게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은 호황이다. 오프라인과 대면에서 얻을 수 있는 높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사하게 최저가 검색을 쉽게 할 수 있지만 국내 명품 시장은 열풍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산업의 변화를 볼 때 대면채널이 나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소비자에게 대면의 가치를 제공하고 인정받는 것이다. 왜곡된 시장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수요층을 이길 수 없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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